2월 24일(화)
5시 40분 기상
머리감고 용변을 보았다. 속이 쓰리다. 어디 불편한데 없으세요? 하기에 속이 쓰리다고 했다. '알마겔'을 주었다. 먹지 않았다. 점심에도 주었다. 또 먹지 않았다. 그랬더니 저녁에 또 주었다. 먹지 않았다. 그리고 속이 쓰리지 않다고 했다. 속이 쓰린 이유는 크게 뭐가 잘못되어서 그런게 아니란다. 항생제 내복약을 복용하기 때문이란다. 아침부터 짜증난다. 정말 짜증난다. 다 떼어버리고 뛰쳐 나가고 싶다. 그러나 나는 어린애가 아니다. 어린애가 아니라는 것도 참으로 불편한 때가 있다. 손에 두드러기 4개. 얼굴에도 아직 남았다. 항생제 혈관에 두 대, 식염수 3병
아내 친구들이 왔다. 민망하고 챙피하다. 앉아 있기가 거북하다. 그렇다고 누울 수도 없고 문병온 사람들을 두고 휴게실로 갈 수도 없다. 저녁에 처남 내외분, 원주서 동서 내외, 그러고 보니 오늘이 돌아가신 장인어른 제삿날이다. 내가 입원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있다가 어쩔 수 없이 알리게 되었나 보다.
점심 때 여문협회장님, 저녁 식사 시간에 에세이의 뜨락 회원들이 문병을 왔다. 거북하다. 한밤중에 내륙문학 동인들이 몇 분 오셨다. 여문협회장님이 곰탕을 사오셨다. 아직 따뜻하다. 아주 따뜻했다. 먹고 싶었다. 그러나 고기는 금지, 안타깝다. 그 따뜻한 것을----
1시까지 책을 읽었다. 불안하고 초조해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앓아 누우면 누구나 불안할까? 어머니는 어떠했을까? 환갑을 막 넘겨 병원에 입원했던 나의 사촌은 또 어땠을까? 누님은 또 어떠했을까? 앓아 누워 있으면서 그 분들을 생각하면 안된다. 책이 머리에 들어 오지 않는다. 하기야 수필은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쓰면 되는 것이다. 남들이 지껄여 놓은 것을 따라하면 그것은 이미 내 수필이 아니다. 그렇지 않은가? 일반화된 이론을 따라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건 발전이 아니라 답습이다. '수필학'을 읽으면서 그런 오만방자한 생각을 했다. 그러나 나는 오만방자한 수필가가 되기로 하고 책을 덮었다.
늦게 자니 그런대로 잠은 잘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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