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과 서재/심사평

2025 수필미학문학상 우수작품집 부문 심사평

느림보 이방주 2026. 1. 16. 10:27

우수작품집 부문 심사평

 

임철호의 수필집 《저물어가는 풍경》은 삶의 저물녘에서 지난날을 성찰하는 작가의 시선이 깊이 배어 있는 작품집이다. 이 책의 여러 작품에서 작가는 삶의 원향(原鄕)으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내면의 열망을 보여준다. 고향과 유년 시절에 대한 그리움, 조상에 대한 기억과 존중의 태도가 그것이다.

이러한 원향 의식은 단순한 회고에 머무르지 않고, 손자들에 대한 애정으로 현재화되며 세대 간 순환의 질서로 확장된다. 이는 삶의 무상함을 인정하면서도 자연의 섭리와 시간의 흐름에 순응하는 성숙한 세계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 수필집은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 속에서 형성된 가족사와 개인의 삶을 기록한 문학적 기록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이 작품집이 단순한 기록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과거의 사건과 기억이 현재의 시점에서 해석되고 재구성되며 문학적 성찰로 승화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저물어가는 풍경》은 개인사와 시대사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수필로서, 수필문학사에서도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최아란의 수필집 《소란하게》는 다른 문학 양식으로는 담아내기 어려운 체험과 사색의 내용의 기록이다. 이 체험의 서사가 최아란이라는 작가적 감수성과 만나 수필이라는 그릇에 담기면서, 독자적이고도 높은 미적 가치를 획득하게 되었다.

이 작품집에서 작가의 사유는 ‘나’로부터 출발하여 가족과 주변 환경, 사회적 관계로 확장되며, 나아가 보다 보편적인 세계 인식으로까지 이어진다. 이는 관념적 사유나 감상적 서술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 깊이 참여한 체험의 결과로서 형성된 글쓰기이다.

이러한 수필적 상상력과 구성 방식은 기존 수필의 경계를 확장하며, 오늘의 수필 문단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예리하고도 생동감 있는 시도로 평가할 만하다.

 

두 분의 작품에 대하여 심사 과정에서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으나, 시간 관계상 이 정도로 말씀드리며, 보다 자세한 평은 『수필미학』 겨울호에 실린 이방주, 서숙 선생님의 글을 참고해 주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