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답사/느림보의 山城 山寺 찾기

25. 임존성은 복원 중

느림보 이방주 2016. 11. 23. 14:16

느림보의 山城 山寺 찾기

 


임존성任存城 복원중

 


성벽이 보이기 시작한다. 남문이다. 남문은 약간 서쪽으로 치우쳐 있었다. 정남쪽은 구릉이라 성내로 통하는 정문이 될 만한 길을 낼 수 없을 것 같았다. 남문을 정문으로 본다면 정문 치고는 좁은 편이다. 성의 규모가 꽤 큰데도 성문이 작은 것은 특이한 현상이다. 그런데도 문의 양쪽을 바깥쪽으로 튀어나오게 쌓았다. 마치 작은 치성雉城 같았다. 서쪽 성벽은 7~8m 정도로 상당히 높아 보였고 거의 원형이 남아 있었다. 고증이 어려웠는지 서쪽 성벽을 복원하면서 이곳 치성 부분은 다행히 그냥 두어서 무너지기는 했지만 옛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성벽에는 잡초가 우거져 있다.


문지를 지나 산기슭으로 올라가면서 동쪽으로는 큰 건물이 있었는지 대지가 넓다. 아마도 최근까지 건물이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문루인지 다른 건물의 잔재인지 기와 조각이 여기저기 보였다. 안내도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건물은 한두 동이 아니라 큰 건물 작은 건물이 밀집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주건물, 부속 건물, 망대가 있어 이곳이 대련사와 통하고 외부와 연결되는 중심 통로가 아닌가 한다. 대개 건물이 성의 중앙부에 있는데 비해 임존성은 남문 부근에 있던 것으로 보여 특이했다.


예산군에서 공원으로 조성하여 공원 안내판이 있고 벤치도 있다. 벤치에 앉아 점심으로 가져온 빵을 먹었다. 빗방울이 몇 방울 떨어진다. 남문 근처 높은 곳에 올라 주변을 바라보았다. 새로 복원하여 쌓은 서쪽 성벽이 북으로 뻗어있다. 성벽은 뚜렷하지만 정말 고증을 통해서 복원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보기에는 좋았다. 그러나 문화재라는 것이 정말 이렇게 쉽게 생각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본래 축성 방법을 살피기 위해 아직 원형이 유지되고 있는 성벽 아래로 내려갔다. 산딸기 덩굴이 얼굴을 후리더니 가시덤불이 바지를 잡고 놓아 주지 않는다. 멀리 이곳까지 무슨 이유인지도 모르고 끌려와서 싸우다 죽은 당나라 군사의 원혼은 아닐까. 백제를 그리는 내게 반감을 드러내 보이니 말이다. 옛 축성의 방법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원형이 유지되어 있는 곳이 있었다. 반갑다. 축성에 쓰인 성석은 화강암으로 매우 단단하고 무거워 보였다. 높이는 3~5m 정도 되어 보인다. 물론 성루 위쪽의 너비도 2m쯤 되어 보였다. 성석은 일정하지 않고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너비가 60~90cm, 두께가 30cm 정도 되는 큰 돌도 있었다. 이렇게 크고 작은 돌을 엇갈리게 쌓았고 중간 중간 쐐기가 될 만한 작은 돌을 끼워 넣어 쉽게 무너지지 않게 했다. 성벽은 속을 단단히 다지고 바깥을 돌로 쌓는 이른바 내탁외축內托外築 방식으로 쌓았다. 돌의 너비나 두께가 일정하지 않아도 돌을 다듬어 쓴 것 같은 흔적이 보였다.


남문 근처의 축성 방법은 특이하다 성벽을 둥그스름하게 둘러쌓은 것이 아니라 일정 부분에서 각이 지게 쌓았다. 쉽지 않았을 텐데도 이렇게 쌓은 이유는 무엇일까? 성이 더 견고하거나 치성의 역할을 하도록 한 것으로 추측되었다. 무너진 돌 하나하나마다 백제인의 손이 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신비스럽다. 돌 하나하나를 들어 올려 정으로 쪼고 망치로 때려 다듬어서 쌓기 좋으면서도 견고하게 손질을 하였으리라. 돌마다 그들의 피와 땀이 배어나는 것 같았다. 돌에 배인 얼룩은 천년 세월을 지나도 지워질 수 없는 백성의 한이었을지도 모른다.


풀을 잡고 잡목 가지를 움켜쥐면서 간신히 성벽 위로 올라섰다. 성에 대한 자세한 공부를 해 두지 않은 것이 후회되었다. 다시 성벽 위로 올라와 산책로처럼 나 있는 서쪽 성벽 위를 걷는다. 여기부터 멀리 보이는 망루5까지는 최근에 복원된 모습이 뚜렷하다. 보기는 좋지만 복원이 곧 훼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그런데도 가능하면 원래 모습으로 복원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성석의 크기가 공장에서 찍어낸 것처럼 일정하지 않은 점, 가로줄 세로줄은 맞추어 쌓지 않은 점, 중간 중간 쐐기돌을 넣어 무너지지 않게 쌓은 점 등이 눈에 보였다. 그래도 말끔하게 단장된 성이 달갑게 보이지 않는 것은 옛 성에 대한 나의 집착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을 가상히 봐줘야 할 것 같았다.


새로 쌓은 성벽 위를 걷는 것은 산책 이상의 큰 의미는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전망이 좋고 길이 좋아 걸을 만했다. 광시면 마사리 쪽으로 통하는 수렛길이 나 있는데 시멘트로 포장되어 자동차도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곳으로 행사 때 차량이 올라오는지 도로에서 바로 올라오면 아주 널찍한 공간이 있고 이곳에 백제의 역대 왕에 대한 제향을 지내는 제단도 마련되어 있었다. 근처에 우물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이리저리 살펴보았는데 우물터라기보다도 최근에 다시 만들어 놓은 것 같은 우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기서 망루1, 북문지, 북장대지로 통하는 길이 나 있었으며 건물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빈터가 보였다.

이곳에 백제복국운동기념비와 제단이 마련되어 있었다. 아마도 백제 부흥군의 넋을 위로하는 제사를 지내는 모양이다. 제단의 규모로 보나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세종시 비암사에서 시행하는 백제대제처럼 큰 행사는 되는 못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제사는 규모가 크든 작든 정성을 다해야 한다. 옛성의 복원도 성벽만 다시 쌓을 것이 아니라 성에 묻힌 역사를 복원해야 한다. 임존성은 복원중이다. 성벽이든 전쟁의 흔적이든 백제 유민의 정신이든 제대로 복원되기를 간절히 빌며 묘순이 바위로 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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