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생활과 일상/할아버지가 쓰는 규연이의 성장 일기

나는 누구일까-243일

느림보 이방주 2013. 12. 10. 19:58

2013. 12. 10.

 

나는 누구일까- 243일째

 

규연이 일기

 

지난번에 현관에 기어가서 유모차만 만져보고 왔는데 오늘은 그 때 본 거울이 궁금했어요. 엊그제 보행기 타는 법을 터득해서 집안 구석구석을 다 돌아다녀 봤는데 갑자기 거울이 보고 싶어졌어요.

엄마가 나를 안아서 보행기에 앉혀줄 때만 기다렸지요. 마침 보행기에 앉혀 주기에 거실에서 놀다가 내 방 쪽으로 갔어요. 그러다가 슬쩍 현관으로 갔지요. 현관에 턱이 있어서 보행기가 한번 기우뚱해졌는데 크게 위험하지는 않았어요.

거울을 들여다 봤지요. 거기에 전에 거울을 볼 때 있던 애가 또 있는거예요. 그래 반가워서 웃었지요. 그랬더니 그 놈도 웃네요. 내가 오른손으로 핸들을 잡아 봤어요. 그랬더니 그 놈이 왼손으로 핸들을 잡네요. 옷도 똑같이 입고 있고 보행기까지 똑 같이 탔어요. 가만히 보니 그게 나였어요. 참 신기하지요. 거울은 어떤 물건이기에 나를 또 한 명 만들어 줄까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엄마가 알고 와서 나 하는 짓을 사진을 쩩네요.

 

저녁 때 할머니가 무슨 보따리를 가져 오셔서 엄마를 주더니 나를 한참 안아 주었어요. 아마 엄마 약인 것 같아요. 엄마가 왜 한약을 먹어야 하나? 아마 나를 키우느라 힘들어서 그럴 거예요. 내가 여섯달이나 모유를 먹고 몸이 이렇게 커져서 엄마가 고생을 많이 한 거예요.  그런데도 나는 엄마가 안아 주면 좋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와서 안아주면 엄마에게 덜 미안해서 좋고요. 아빠는 아침 일찍 회사에 가서 밤 늦게 오니 잘 안아주지도 못하고요. 

할머니가 가실 때 또 슬퍼져서 참으려고 해도 참지 못하고 '으앙-'하고 울음을 터뜨렸어요. 엄마가 또 버티컬 손잡이를 쥐어 주었어요.

다음에는 버티컬 손잡이가 만지고 싶으면 소리내서 울어 보아야겠어요.

할머니는 또 언제 오시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