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9.
오늘은 섭섭해서 울었어요. - 242일째
규연이 일기
오늘 아침부터 비가 많이 내렸어요.
오후에 엄마가 갑자기 나를 안고 밖으로 나와서 좋아했는데 지하 주차장에서 할머니를 만났어요.
그런데 차에 오르니 할아버지도 있었어요.
할아버지는 시내로 천천히 운전을 하고 갔어요. 아마 내가 구경하기 좋으라고 그랬나 봐요.
차들이 뿡빵 거리고 달리고 불빛이 번쩍거려서 시내 나가면 참 볼거리가 많아요. 나는 언제 저기 저 거리를 걸어다니면서 구경할 수 있을까? 언제까지 이렇게 엄마품에만 안겨 있어야 하는가 생각하니 조용히 기다릴 수밖에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할아버지가 어떤 건물 앞에 우리를 내려 놓고 가버렸는데 들어간 건물에서는 한약 냄새가 났어요.
의사 선생님과 엄마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할머니 품에 안겨서 간호사 누나들과 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요. 그 때 할아버지도 들어 왔어요.
다시 할아버지 차를 타고 집으로 왔어요. 집에 돌아와서 할아버지하고 놀고 할머니 품에 안기기도 하면서 방긋방긋 웃으니까 할아버지 할머니가 좋아 하셨어요.
그런데 1 시간 쯤 즐겁게 놀고 있으려니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시려고 하네요. 참 섭섭했어요. 그전에는 섭섭한 표정만 지었는데 이번에는 눈물이 나와서 참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으앙-'하고 울음이 터져 나왔어요. 여간해서는 잘 울지 않았는데 그만 참지 못하고 울어버렸어요. 그랬더니 할머니가 다시 문을 열어서 쳐다보려니까 엄마가 나를 안고 창문으로 가서 내가 좋아하는 버티칼 손잡이를 쥐어 주었어요. 나는 그게 신기해서 금방 잊어버렸어요.
내방에 가서 벽을 짚으면서 한글 공부를 할 때도 현관을 쳐다보면 자꾸 할머니 생각이 나네요. 그래서 가끔 이렇게 슬픈 얼굴을 하게 되네요. 할머니가 내일도 와서 날 안아 주었으면 좋겠어요. 할아버지가 오면 이번에는 재빠르게 안경을 잡아보겠어요.
이렇게 공부하는 동안 다리 힘도 길러지면 곧 걸을 수 있겠지요.
어제부터는 보행기를 타는 법을 터득했어요. 그놈을 타면 자꾸 뒤로만 가지더니 앞으로 가는 법을 터득하니까 기어다니지 않아도 되는 것을 그랬어요. 그래서 자꾸 연구하고 공부를 해야 하는가 봐요.
내일은 뭘 배울까? 엄마가 무엇을 가르쳐 주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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