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생활과 일상/꽃밭 일기

꽃밭일기 29 - 이 아가, 정말 닮았나?

느림보 이방주 2010. 8. 29. 06:35

딸이 또 하나

 

이 아가 정말 날 닮았나요?

 

2010년 8월 27일

 

도전 골든벨을 진행하는 산국관에서 막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조 선생님께서 힐끗 돌아보신다.

"선생님, 이 아이 모르세요?"

"잘 모르겠는데요."

나는 별 관심없이 대답했다. 보아하니 3학년이다. 3학년 아이들은 1학년 때 내게 배운 두 반 아가들이 아니면 잘 모른다. 그런데 조 선생님께서 의미 있는 웃음을 짓는다.

" 이 아이가 선생님 닮은 아이예요."

"날 닮아요?"

언뜻 아이들에게서 날 꼭 닮은 아이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예쁘고 똑똑해 보이는 아이를 두고 날 닮았다 하니 우선 아이에게 미안했다. 나는 기분이 좋았지만 이런 경우 상대가 기분 나쁠 수도 있다.

"아가, 기분 나쁘지 않니?"

"아니요. 왜 나쁘겠어요?"

"이름이 뭐야?"

"임유정"

"조 선생님, 정말 날 닮았어요?"

"닮았어요. 아이들은 다 알아요. 선생님 딸이라고 소문 다 났어요."

"아가 유정이라고 했지? 이리 와 봐."

유정이가 다가 왔다. 아무래도 그렇게 닮은 것 같지 않다. 얼굴이 예쁘고, 눈이 맑고 깨끗하고, 복 마당 같이 훤하게 넓은 이마, 바다 같은 소견을 보이는 미간, 이지적이고 냉철해 보이는 입술------.

정말 내가 이 아가를 닮았단 말인가? 기분 좋다.

"아가, 나하고 사진 찍자."

조 선생님이 셔터를 눌러 주셨다.

" 아가, 아이들이 내 딸이랄 때 정말 기분 나쁘지 않았어?"

"울 아빠가 선생님 만나보고 싶대요."

"아빠 한테도 말했어? 아빠가 섭하실 텐데."

유정이 얼굴이 환하다. 그건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이제 볼일이 끝났는지 나가려는 아이를 붙잡았다. 선물을 주고 싶었다. 뭘 줄까? 참고서를 줄까? 의미 없다. 수필집 <손맛>에 서명을 하고 낙관을 찍어서 한 권 주었다.

"공부 열심히 해라."

나는 정말 이 유정이가 열심히 공부하기를 바랐다.

 

사진을 곰곰이 들여다 본다. 정말 닮았나? 이렇게 맑은 아이가 정말 날 닮았을까?

 

  

 웃는 모습도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