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테마카페 - 조선 식당
조선 식당
조선식당 광고-위대한 수령 이방주 동지 만세
2010년 8월 27일
오늘은 축제 개막일이다. 어제 아가들이 글로벌테마카페를 준비한다고 하는데 준비를 시작하기 전에 그냥 퇴근해 버렸다. 피곤하기도 했지만, 있어도 뾰족하게 내가 도울 일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일을 저희들끼리 준비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해서다. 그래도 미안한 마음에 일찍 출근했다.
축제는 언제나 그렇듯이 어지럽고 울긋불긋하다. 관심없이 연구실에 앉아 커피를 마시다가 백선생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내게 배우지도 않았으면서 나를 선생으로 생각해 주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내일 사감을 몇 시부터 해야 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답은 없이 엉뚱한 말이다.
"선생님 광고에 나오셨던데요. 매상 좀 오르겠어요."
"무슨 말이야"
"선생님 얼굴로 학교가 도배가 되었던데요."
밖으로 나와 보았다. 학급 표찰에 내 얼굴이 걸려 있었다. 기막히게 그렸다. 주자가 그렸겠지. 우리반 그림은 모두 주자가 맡는다. 그런데 이건 뭐야. 얼굴 그림 위에 기막힌 표어를 붙였다.
"위대한 수령 이방주 동지 만세"
글씨는 인자 글씨이다.(알고 보니 연자의 글씨라네) 내 글씨를 닮았다 해서 아이들이 "방주체"를 쓴다는 아가이다. 일단 아가들이 하나가 된 것이다. 내가 없으면 아가들은 이렇게 하나가 된다. 어른의 손때가 너무 묻으면 아가들은 흩어진다. 고맙게도 하나가 된 가운데에 일찍 도망간 나를 수령으로 앉혔다. 아가들의 꾸짖음이다.
북한을 테마로 하여 음식을 만든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다. 교실을 들여다 보니 뒷면에 붉은 글씨로 그 말을 커다랗게 써 붙였다. 벽에 인공기까지 붙였다. 세월이 좋아졌다. 이제 인공기는 아이들의 놀이의 대상이 된 것이다. 옛날 같으면 이념을 의심하고 단번에 담임교사가 지하실로 끌려갈 일이다.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 자신이 생긴 것이다. 아이들도 이제 북한을 풍자와 해학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념의 굴레를 쓴 어른의 쓸데없는 걱정으로 인공기 중앙에 별을 지우고 실장인 현자의 얼굴을 박아 넣으라고 했다. 아가들은 내말을 들어 준다.
밖에 나와 전시장을 한 바퀴돌았다. 벽에는 벽대로, 출입구에는 출입구대로 "위대한 수령 이방주 동지 만세"가 여기 저기 붙어 있다. 백선생님 말대로 정말 도배를 해 놓았다. 교무실에 들렀더니 여선생님들이 '수령동지 오셨네."하고 놀렸다.
나는 이념 없는 수령 동지가 되었다. 아가들이야 수령 동지가 어떤 존재인가를 알기나 할까? 개념 없이 붙여준 아니 자신들이 정한 범주에 나를 가두어 수령동지라 한다면 나는 거기 그냥 속아 줄 수밖에 없다. 내게도 그런 개념도 이념도 없으니까.
축제 덕분에 나는 팔자에 없는 수령동지가 되었다. 아가들은 수입을 짭짤하게 올렸다는 후문이다. 가치를 배가하여 슬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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