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생활과 일상/꽃밭 일기

꽃밭 일기 9 - 두 개의 통곡

느림보 이방주 2010. 5. 7. 21:20

2010년 5월 7 일  명자 통곡

 

 

수수꽃다리(라일락)-교정에서

 

명자의 통곡 

 

시험 마지막날인가? 愚子는 지나다가 교실을 들여다 보았다. 명자가 시험지 서너 장을 들고 나를 바라본다. 눈두덩이 벌개가지고 건드리면 금방 울음이 터질 기세이다. 시험을 아주 망쳐버렸거나 아니면 OMR카드를 밀려 썼거나 둘 중의 하나일거라고 미루어 짐작했다. 도움이 되든 위로가 되든 그런 모습을  봤으니 나도 뭔가 말을 해야할 것만 같다.

 

"명자! 왜 그래? 시험이 잘못 됐니?"

갑자기 내게로 오면서 울음보가 터지려한다. 울음 참는 모습은 다른 사람에게는 참지못할 웃음을 준다. 눈은 벌겋고 입을 씰룩 거린다. 드디어 내게 거의 다가 왔을 때 울음보가 터졌다. 장마철에 봇물을 터트린 듯, 찢어진 가마니에서 팥알이 쏟아져 나오듯, 아이들이 던진 돌에 3년 묵은 간장독이 깨진 듯, 좌르르 쏟아져 나온다. 그대로 포옹해 주었다가는 셔츠가 온통 콧물로 범벅이 될 것 같았다. 쫓아와 안기려는 것 살짝 피했다. 울음이 아니라 통곡이다. '아차 안아 줄 걸' 후회하고 다시 안아주려는 순간 반장인 현자가 뛰어 나와 명자를 안아줬다.

 

愚子는 다시 물었다.

"명자! 왜그러니? 뭐가 잘못된 거야"

현자가 또 물었다.

"명자! 뭐 잘못됐니? 울지마라."

분명 낭패가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 이 녀석의 대답이 가관이다.

"선생님, 아이고 어떡하면 좋아요. 일본어를 두 개나 틀렸어요."

"두 개? 그게 그렇게 통곡할 일이니?"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친 것 아닌가? 이 아가들이 어디까지를 목표로 잡고 있는 것일까? 갑자기 현자가 포옹을 풀고 샐쭉하고 돌아 선다.

"이 씨이, 나는 세 개다."

 

현자가 포옹을 풀고 휙하니 제 자리로 돌아간 다음에도 명자는 통곡을 계속하고, 교실에는 한 바탕 야유가 터졌다. 한바탕 웃음이 지나간 교실에서 외톨이가 된 愚子는 멍하니 서 있다가 혼자 돌아 섰다. 아가들의 웃음 소리는 계속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