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0일 기침 합창
사방이 고요하다. 시험을 앞 둔 자율학습 시간, 숨소리도 크게 내지 못한다. 아무도 없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간간이 기침 소리가 난다. 마른 기침, 아주 괴로운 기침이다. 얼마나 괴로울까? 이 고요 속에 불규칙하게 기침 소리를 내야 하니 말이다. 고요한 연구실까지 괴로운 기침소리가 그치지 않고 들려온다.
옆 자리 김 선생님도 들으셨다.
선생님 반 민자인 것 같은데 따끈한 녹차 한 잔 어떨까요?
맞아, 녹차가 좋지. 내가 할께요. 이러니 아가들은 엄마가 키워야 해.
탐욕의 화신인 愚子는 이 순간도 놓치지 않고 준비하시는 선생님으로부터 잔을 빼앗았다. 녹차를 큰 컵에 가득 우렸다. 살금살금 뒷문으로 들어갔다. 민자가 또 기침이다. 조용히 차를 내밀었다. 감동의 눈빛은 종소리의 동그라미처럼 퍼져 아가들이 놀란다. 愚子는 가슴이 뜨끔했다. 愚子의 생각은 아니었는데-----
순간, 콜록콜록--- 여기저기서 기침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조용했던 교실에 기침의 합창이 울렸다.
기침의 합창, 愚子는 그게 뭔지 아가들아 너희가 말 안해도 안다.
'선생님 저도 기침 나요. 선생님 사랑으로 목을 적시고 싶어요.'
아가들아 참 이쁘다. 愚子는 김 선생님의 감동을 빼앗고도 의기양양하다. 태연하다.
민자야, 내 생각인 척해서 미안, 그건 내 생각은 아니었어. 나는 찾지 못한 감각이 아직도 많단다. 그러나 이렇게 빼앗아 가질 줄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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