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여러분!
여러분은 이제 열 일곱살이지요.
80살 까지만 산다해도
60년도 더 남았군요.
그러니 현재의 안일이 중요할까요? 미래의 영광이 중요할까요?
나는 고등학교 시절을
아름답고
영광스러운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소중한 기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서도 아주 효과적이고요.
여러분의 가슴에는 노란 바탕에
선명하게 소중한 여러분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지요.
그 이름은 하나의 커다란 그릇입니다.
앞으로 60여년을 여러분들의 말 한 마디,
손짓 한 가지까지도 모두 담아야 하는 그릇 말입니다.
그 그릇에는 여러분의 말이나 행동 뿐 아니라
밥먹는 모습, 걷는 모습,
목소리, 우는 모습, 말하는 법, 옷입는 법, 친구 생각하는 법이 답기기도 하고
부모님을 위하는 법, 스승을 대하는 법, 학급에서 봉사하는
법도 담기게 마련이지요.
여러분이 아무리 싫어해도 그 이름이라는 그릇에는
친구를 협박하는 모습
폭행하는 모습
숨어서
담배 피우는 모습
시험 때 부정 행위하는 모습
음식 먹고 아무데나 버리는 흉한 모습까지 다 담기기 마련이지요.
그래서
여러분이 한 서른 다섯 쯤 되었을 때,
지금, 같이 생활하는 친구들이 그 그릇에서
현재의 모습들을 하나하나 꺼내면서 돌이킬 수
없는 여러분의 모습을 기억하지요.
훌륭한 모습으로 변해 있는데도
억울하게도 고등학교 때 모습을 이름이라는 그릇에서 꺼내 들고 여러분을
웃음거리로 만들기도 하고
고맙게도 현재보다 초라하게 망가져도 오늘의 이름을 꺼내들고 안타까워하기도 하지요.
노란 바탕에 새겨진
한자 이름
그 그릇에 앞으로 3년간 담기는 것들이
온통 여러분의 미래의 바탕이 된다 이 말입니다.
우리 금천고등학교는
'자율 속에 질서'를 자랑으로 하는 학교입니다. '자율 속에 스스로 그리고 저절로 지켜지는 격조 높은 질서'를 전통으로 하는 학교입니다.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언제인지 모르게 그렇게 이어져 왔습니다.
선후배간에 우애있고, 동급생간에 우정이 넘치고, 사제간에 사랑과 존경이라는 신뢰를
지켜온 학교입니다.
이제 여러분은 본인의 의지에 의해서든, 운명에 의해서든 이런 금천의 새 식구가
되었습니다.
중학교에서 철없이 굴었던 급우, 선후배, 스승에게 신뢰롭지 못한 행동에서 벗어날 때입니다.
그것이 고등학생으로서
신사 숙녀로 가는 길입니다.
그것이 금천고의 '자율속의 질서'의 한울타리에 들어가는 새 식구로서의 첫길입니다.
그것이 여러분
이름이라는 큰 그릇에 아름다운 것만 담을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먼 훗날 동창회에 가볍고 당당하게 나타나기 위해서
그런 이름을
갖기 위해서
현재를 아름답게 합시다.
자 지금까지 서먹했던 친구, 언짢았던 일이 있던 친구를 용서하고 용서를 빌고--자신을
용서하듯 남을 용서하고, 남을 꾸짖듯 자신을 꾸짖고---
손을 내밀어 금천고 학생된 신뢰의 악수를 합시다.
멋있고 신뢰로운
미래를 위하여-----
2003년 3월 23일
2학년(8,9,10반) 문학 교사, 교육연구부장 이방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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