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답사/한국의 사찰

조치원 연화사 -스님 혼자 드리는 예불-

느림보 이방주 2013. 10. 20. 22:57

세종시 조치원읍 연서면  연화사

- 스님 혼자 드리는 예불-

 

세종시 조치원읍 연서면에 있는 연화사는 비암사를 가는 도중에 있어 지나가는 길에 들어본다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진입로는 복숭아와 배밭으로 들어가는 좁은 길이다. 차는 남의 집 마당을 거쳐 골목을 지나 개가 짖어대는 막바지 나즈막한 언덕 밑에 이르니 우뚝 절집이 보였다. 요사채로 쓰이는 듯한 양옥집이 붙어 있었다. 뭐 이런 사찰이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주차를 하고 내리니 안내판 두 개가 마당에 서 있다. 안내판 먼저 들여다 보았다. 하나는 보물 649호인 세종시 연화사 무인명불비상 및 대좌이고, 다른 하나는 보물 650호인 세종시 연화 칠존 불비상이다. 둘다 석비불이다. 보물을 소장하고 있는 사찰이다. 선입견이 싹 가셨다.

 

 

일주문 격인 대문은 연화사라는 커다란 현판을 힘겹게 매달고 닫혀 있었다. 그냥 마당에 들어서니 비로전 단청이 화려하다. 비로사나불을 본존불로 모셨나 보다. 그런데 안에서 염불소리가 들렸다. 큰 법회에서나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큰스님의 염불소리이다. 아내와 함게 비로전에 들어갔다. 비로사나석불을 본존으로 모셨다. 스님은 혼자 독경을 하고 있었다. 예불에 참여하는 신도가 단 한 명도 없는데 스님의 독경소리는 더욱 낭낭하고 진실했다. 아내를 따라 서둘러 삼배를 올렸다. 아내는 계속해서 절을 하고 나는 협시불 삼아 모셔진 작고 까만 불상을 들여다 보았다. 안내판에서 설명한 석비불이구나. 간절했지만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연기 지방에 백제 후기에 세워진 절에서 석비불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석비불은 국립청주박물관이나 국립공주박물관에 이관하여 소장하고 있고 모조된 불상이지만 연화사 석비불만큼은 진품이라고 한다.

 

 

법당에서 나와 벽화를 둘러 보았다. 부처님의 일대기를 그린 그림이다. 마지막 부분에 원광을 두른 깨달음의 순간을 바라보노라니 마치 법당에 혼자 앉아 예불을 드리고 있는 스님이 저분 같다는 생각에 미치었다. 요즘 어느 종단을 막론하고 스님들이 지탄 받는 일이 많다. 포커를 하는 스님, 술과 육림에 묻힌 스님, 정치를 닮아 가는 스님이 언론에 오르내린다. 며칠전 정방사 같이 아름다운 절에서 땅콩으로 새를 유혹하여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마술쟁이 같은 스님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작은 절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혼자 예불을 드리고 있는 스님도 있다. 부처님이 영화를 버리고 온갖 시련을 다 이기고 깨달음에 이른 모습을 보면서 부처는 특별한 곳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곳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처와 중생이 다른 것이 아니고 산사와 산하가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작고 아담하지만 유서 깊은 절에서 나오면서 주변에 복숭아꽃과 배꽃이 피어나면 여기가 바로 불계이고 정토가 될 것이다. 그 대 다시 한번 찾아 오리라 다짐하면서 비암사로 향했다.

 

 


<세종시 연화사 전설>

 

연기군 서면 와촌리는 옛날부터 기와를 굽기로 유명한 곳이다. 

이 곳에서 구운 기와는 처음 이곳에 자리한 한 노인의 정성으로 유명한 기와의 산지가 되었다 한다. 때는 고려시대 동쪽에서 봇짐 하나를 들고 이곳에 정착한 한 노인은 흙이 단단한 땅을 파서 기와를 굽기 시작했다.

 

그 노인은 기와를 구울 때 반드시 여기 저기서 흙을 파다 섞어서 기와를 구웠다 한다. 그리고 기와를 구울 때는 하늘에 대고 합장을 하며 정성을 드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가마에서 북동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초가를 짓고 살았으며 아침 저녁으로 오고 갈 때에는 항시 기와굽는 생각만 했다. 그는 원래 아내를 얻어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 살다가 아내가 이름 모를 병으로 죽고 난 후 다시 장가갈 생각도 하지않고 오직 기와 굽는 일에만 정성을 쏟았다.

 

어느 추운 겨울날 여느 때처럼 참나무를 베어다가 기와 가마에 불을 지피는데 눈이 펑펑 내려 소복히 쌓이고 있었다. 가마 안에 기와가 튼튼하고 색상이 좋은 기와가 나오기를 기도한 후 장작에 불을 지폈다. 장작은 훨훨 잘도 탔다. "자  이만하면 내일 아침에 좋은 기와가 완성되겠지."하고는 옷을 훌훌 털면서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가 집에 다다르니 집에 불이 꺼져 있었다. 이상한 일이라며 방문을 열자 웬 여인이 앉아 있었다. 그가 방에 들어 가면서 누구냐고 묻자 지나가는 사람인데 날이 어둡고 눈이 많이 와서 더 이상 갈 수 없어 잠시 쉬었다 가려고 하니 허락하여 달라고 했다.

 

노인은 아무 말 없이 밖에 나와 방바닥이 뜨끈뜨끈 하도록 불을 지피고 평소처럼 밥을 지어 가지고 들어왔다. 마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정다운 부부가 밥을 먹고 있는 것처럼 보기가 좋았다. 여인은 아랫목에서 자고 노인은 웃목에서 잠을 잤다. 새벽이 되어 노인이 일어나 보니 여인은 피곤했던지 계속 자고 있었다. 노인은 여인이 깨지 않도록 살그머니 일어나 가마의 불이 어떻게 되었나 보러갔다. 물론 부엌에다 일어나면 해먹으라며 쌀과 찬거리를 꺼내 놓고 기와 가마에 가 보았다. 기와 가마는 밤새 높은 온도로 불이 타다 새벽녘에야 불꽃이 줄어 들기 시작하여 점심 때가 되어 불문을 열어놓고 식히기 시작했다.

 

저녁 때가 되어서 어느 정도 식었을 때 기와를 몇 장 꺼내보니 어느 날보다 강하였다. 한 장을 땅바닥에 내리치니 북소리를 냈다. 노인은 흡족했다. 현재까지 기와를 구웠지만 오늘처럼 빛깔이 곱고 튼튼한 기와는 처음이었다. 노인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피어오르는 것은 당연하고 콧노래까지 절로 났다. 오늘은 아침 점심을 먹지않고 일을 했는데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았다.

노인은 기와를 다 꺼내놓고 그제사 밥도 먹을 겸 쉬기 위해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니 그 여인이 가지않고 밥을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노인은 우선 차려놓은 밥상에 앉아 상을 덮었던 보를 치우니 입이 딱 벌어졌다.

 

평소 한두 가지 김치로 밥을 대충 먹었는데 진수성찬을 차린 것처럼 가지런하고 맛있는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음식 솜씨가 대단하다고 느낀 노인은 밥을 한 사발 다 먹고 다시 가마 있는 곳으로 갔다. 아마 눈이 녹지 않아서 가지 못했다고 생각한 노인은 오직 기와 굽는 데에만 정신이 집중되어 있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눈은 점점 녹아 이제는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도록 눈이 녹았지만 여인은 그 집에서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고 노인 또한 여인이 해주는 밥이 맛있었고 집안에 생기가 돌아 일 또한 잘 되었다. 굽는 기와마다 깨지는 것이 없고 강하고 색상이 좋게 나와 노인은 매일이라도 춤을 추고 싶을 정도로 즐거웠다. 그러기를 한달 두달이 되어 아예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노인은 여인을 하늘에서 보내준 천사라 생각하여 끔찍히 위해 줬고 여인 또한 노인을 잘 받들었다. 행복한 나날이 계속되는 가운데 여인의 몸에 태기가 있더니 아들을 순산하였다 노인에게는 복덩이가 태어났다고 생각했다. 혼자 기와나 굽다가 죽는 줄 알았는데 아름답고 젊은 아내는 물론 떡두꺼비 같은 아들까지 얻었으니 이보다 더 큰 행복이 있으랴.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 아직 두 살도 안 되었는데 큰 애들처럼 체격이 좋았고 총명했다.

 

예전에는 집은 밥먹고 잠자는 역할밖에 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예쁜 아내와 재롱꾼 아들이 있기에 되도록 일을 일찍 마치고 집에 왔다. 이렇게 행복한 나날 속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아내는 하루에 한번씩 꼭 목욕을 해야했다. 집뒤 장독대 옆에 작은 움막을 하나 지어 달라 하여 그곳에서 매일 목욕을 하는데 절대로 목욕할 때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안을 들여다 보지 않기로 약속을 했다. 또한 아이가 울어도 목욕할 때만은 절대로 아이를 돌보지 않았다. 어느날인가 유난히도 천둥번개가 몰아치면서 소나기가 쏟아졌다.

 

그때 아내는 목욕을 하는 중이었고 방에는 노인과 아들 둘이 있었다. 노인은 겁이 덜컥났다. 뒤곁에서 목욕을 하는 아내에게 혹시 해가 되지 않을까 하고 아들을 바라보니 아들은 무서워하는지 가만히 있었다 노인은 아들을 방에 두고 목욕을 하는 뒤곁으로 갔다. 뒤곁에서 목욕을 하던 아내는 남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절대로 들여다보지 말고 어떤 소리가 나도 하늘을 바라보지 말라고 당부했다. 남편은 아내의 부탁이므로 다시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갑자기 더욱 센 바람과 천둥번개가 몰아치더니 하늘에서 은하수가 내려와 목욕하고 있는 아내가 있는 곳으로 연결되었다. 노인은 아내의 당부를 잊은 채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여전히 천둥번개가 내리치며 아내있는 헛간에 내리 꽃히는 것같아 헛간으로 향했다. 헛간 문을 열자,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아내의 옷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다. 노인은 밖으로 나와 아내를 불렀다. 빗방울은 굵어지고 천등 번개는 계속 내리치는데 하늘에서 은하수는 여전히 노인의 집에서 하늘로 이어져 있었다.

 

그때였다. 무엇인가 하늘로 오르는것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아들이었다. 노인은 순간 아들을 부르면서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어느 정도 올라갔던 아들이 이번에는 거꾸로 뚝 떨어지는 것이었다. 노인은 급히 아들이 떨어진 곳으로 가보니 그곳에는 전에 없었던 커다란 바위가 하나 있었다. 그 바위를 안고 노인은 한없이 울었지만 모두가 허사였다. 노인과 결혼한 여인은 하늘나라의 선녀였다.

 

하늘나라에서 노인의 모습을 보니 성실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감동하여 선녀를 보내 행복을 주려고 했는데 노인 한테는 인내가 부족했다. 그래서 노인의 일을 이을 아들을 만들고 마지막 인내심만 있었으면 홀륭한 장군내지 도공이 되었을 아들을 그만 잃고 만 것이다. 서면 와촌리 기와말 북동쪽으로 커다란 바위를 지금도 장군 바위라 부르고 당시 노인이 하늘만 처다 보지 않았으면 하는 안타까움만이 전해온다.

(2013. 10.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