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31.
해산 너널을 지나며
해산령 터널은 해산을 넘어 양구 평화의 댐으로 가는 평화의 댐 드라이브 코스이다. 처음 가는 길이라 마음이 설레기도 하고 약간 서먹하기도 했다. 아침 일찍 식사를 해결하고 떠날려고 여관에서 나왔는데 마당한 곳이 없다. 그냥 가는 도중에 식당이 있으면 해결하려고 했으나 역시 찾을 수 없다. 할 수 없이 군부대 앞 어느 가게에 들어가서 우유와 빵을 샀다. 이른 시간이라 민간인 차량을 볼 수 없다. 말로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라 하고 자전거를 타는 이들이 환상의 코스라고 하는데 사람이 없다. 게다가 구비구비 몇 구비인지 오르수록 안개는 더욱 짙어진다. 무작정 떠난 여행이라 전혀 사전 지식이 없어 더욱 궁금하고 약간의 어이없는 두려움조차 일었다. 호랑이라도 나온다든지, 그냥 북으로 가버리는 길이나 아닐지, 산적이 나와서 어쩌지나 않을지 그런 설화 같은 두려움 말이다. 나의 상상력의 소산일 것이다.
구름 속을 달려 거의 고갯마루가 아닐까 하는데 터널이 나타났다. 이른바 해산 터널이라고 한다. 아내가 어디서 들었는지 최북단, 최고지, 최장 길이라고 한다. 그럴만 하다. 약 2km의 터널을 지나는 동안 차량을 한대도 보지 못했다, 게다가 출구가 가까워지니 터널 안이 온통 아침 안개이다. 신비롭다. 멀리 입구가 바늘 구멍같이 보인다. 아마도 직선 터널인가 보다.
【해산과 해산터널】
강원도 화천군 비수구미 서쪽에 위치한 산이다(고도:1,140m). '해가 떠오르는 산'이라는 뜻의 일산(日山) 또는 해산이라고 한다. 평화의 댐으로 가는 해산터널이 있다. 해산터널은 동양 최장거리 직선터널(2㎞)로 입구에서 보면 반대쪽 입구가 바늘구멍처럼 보인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현 동쪽 31리에 있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여지도서』에 동쪽 30리에 위치해 표기하고 있다. 『관동지』에도 "현의 동쪽 31리에 있다."라고 전한다. 『해동지도』에는 갈산(葛山)과 황양산(黃暘山)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1872년지방지도』에는 운봉암(雲峰菴) 위에 표기되어 있다. 산에는 신죽바위가 있는데 날이 가물 때 바위 밑에 불을 붙이면 비가 금방 내린다고 한다. 또한, 마을 주민이 이곳에서 개를 잡다가 벼락을 맞아 죽었다는 유래와 지금도 개고기나 닭고기를 먹은 사람, 부정탄 사람이 이곳을 지나가면 머리가 아프거나 다리를 다친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화천에서 해가 뜨는 것을 제일 먼저 볼 수 있는 산이다.
그래서 그런가 머리가 많이 아팠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아내도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터널을 지나자 해산령 쉼터가 보인다. 아침을 먹을 수 있을까 해서 들어가니 가족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손님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할 수 없다. 우유와 빵으로 때우는 수밖에 없다. 쉼터 마당 옆 계곡에서 이루말할 수 없이 깨끗한 물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물소리까지 경쾌하다. 맑은 물은 맑은 소리를 낸다.
동녘이 훤하다. 여기서 내려가는 해산을 가로 질러 평화의 댐과 비목공원으로 가는 아흔아홉 구비 길은 산소덩어리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힌다. 게다가 산삼과 더덕, 고사리, 산양, 멧돼지를 비롯해 희귀곤충과 조류 등 야생의 생태공원이라고 한다. 고갯마루에서 미수구미 트레킹 코스를 알리는 표지판이 있었다. 6km라고 하는데 차를 버리고 걸어 갈 수 없으니 욕심은 나지만 어쩔 수 없다.
산에는 비수구미라는 계곡이 있고 여기에는 천연기념물 열목어는 물론 다른 산 계곡에도 메기 개구리 종류가 많다. 또한 산 밑에 동촌마을은 많은 전설을 가진 곳이며, 지금은 물속에 잠긴 방천역이 산 밑에 있었다. 아울러 많은 전설을 가진 산이며, 어떤 큰 도시와 인접하고 있지 않은 데다 휴전선이 여기에 걸쳐 있어 6.25 이후 40여 년이 되도록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도 원시림으로 남아 있다.
아흔아홉구비 산 아래로 내려가면 비수구미 계곡이 있다고 한다. 아내의 소원대로 비수구미을 가기로 했다. 내려가는 중에 해산 전망대가 있다. 온 산이 모두 푸르고 산마다 하얀 안개 구름이 휘감았다. 엷은 비단으로 푸른 몸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 환상이다. 전망대에 올라 사방을 조망하노라니 콧구멍이 저절로 확 뚫리는 기분이다. 원시 그대로의 산소를 흡입하는 기분이다. 이세상 누구의 몸 속도 다녀오지않은 최초의 산소인지 코를 찌른다. 해가 나지 않을 만큼 구름이 하늘을 가렸는데도 눈이 부시다. 깨끗함이란 사람을 이렇게 눈부시게 하는구나.
전망대에서 내려오면서도 산 줄기의 장엄함을 내려다 보느라 몇 번이나 차가 기우뚱거렸는지 모른다. 아내는 연신 감탄하면서도 이렇게 여행할 수 있는 삶에 감사한다고 했다. 그래 겸손하게 살아야 한다. 나도 덧붙였다. 이렇게 정상에서 내리막길을 걷듯 겸손하게 살아야 한다. 구름이 산을 감고 오르다가도 어느만큼 가면 산으로 스며들듯이 그렇게 살아야 한다. 우리 내외는 비수구미라는 이정표를 보면서 비포장 도로로 조심스럼게 내려섰다.
해산령 터널-양구쪽
해산령 쉼터.- 산에서 맑은 물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해산령 전망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산과 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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