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답사/등산과 여행

산막이의 봄

느림보 이방주 2010. 4. 12. 05:51

2010년 4월 11일

 

어제는 청원군 남이면 석실리 팔봉리에 있는 팔봉산에 다녀 왔다. 팔봉산은 팔봉 김기진의 출생지인 팔봉리의 진산이다. 제법 땀이 났다.

 

오늘은 아내와 함께 좌구산에 가기로 했다. 좌구산은 한남금북정맥을 걸을 때 방고개 좌구정에서 부터 질마재까지 걷는 동안 지나가 본 일이 있는데 그 때 나무에 수없이 매달린 고드름 때문에 어떤 환상의 세계에 들어간 듯한 환각에 빠져 들었다.  마치 옥으로 나무를 빚어 놓은 듯 찬란하였다. 고소설에서 용궁이나 신선의 세계를 묘사한 내용을 보면 이런 모습을 보고 그려낸 것이리라. 햇살에 황홀하게 빛나는 순간의 아름다움에 취해서 산 아래를  잘 살피지 못하였고 아내가 가보지 못해서 다시 한 번 가기로 한 것이다.

 

집에서 나와서 초정 약수 앞을 지나 율리 느티나무 삼거리에서 삼기 저수지 쪽으로 우회전했다. 좌구산 휴양림이라는 거대한 문이 세워져 있다. 좌구정이 있는 방고개에 올라 주차하고 한남금북정맥 입구인 절개지에 올라가려고 하니 길가에 차량이 엄청나게 많이 주차되어 있다. 마을에서 무슨 행사를 하나 했더니 산행입구에서 장례를 지내느라 막 광중을 다 지은 상태 같았다.

 

누군가 자꾸 부르는 듯했지만 그냥 걸어가려는데 계속 부르는 소리가 나서 기울여 보니 산불 감시원이었다. 산에 가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 때 바람이 몹시 불었다. 그냥 가는 수밖에 없다. 도로 내려왔다. 어디로 갈까? 그냥 집으로 돌아오기에는 시간이 너무 이르다. 1시도 안되었는데 어쩌나? 아내가 산막이 옛길을 가자고 한다. 지난 가을 중간 쯤 가다 말았는데 멀리서 바라본 산막이 동네가 마치 이상향처럼 생각되었었다 . 그래 거기가 궁금하다. 산막이 옛길에도 봄이 왔으렸다.

  

방고개와 좌구정

 소망을 비는 비나리길

 

 방고개에서 바라본 감기 저수지와 두타산

 

 

 한남금북정맥 이정표

 

산막이 옛길을 가기 위해서 바로 청안쪽으로 달려 괴산가는 34번 국도에 들어섰다. 차가 없다. 모래재를 힘차게 오르는 13년 된 무쏘가 고맙다. 모래재를 오르노라면 오른쪽 산기슭에 잔솔이 제법 고고한 모습으로 들어 섰고 그 아래 진달래가 자기 가마에 불 붙는 것처럼 활활 타오른다. 몇 해 전엔 날마다 다니던 길이다. 괴산 읍내가 궁금해서 장터로 들어서서 칠성 쪽으로 달렸다. 칠성 못미쳐 우회전하여 다리를 건너면 괴산댐으로 직행이다. 물이 많다. 지난 겨울 눈이 많이 내려서 끊임없이 녹이 내리는 모양이다. 맑다. 아주 맑다. 칠성댐이 만수가 되었으리라. 장마 때 칠성댐이 만수가 되어 방류를 하면 이곳이 호수처럼 넓어진다.

 

폐교된 외사초등학교가 썰렁하다. 댐 관리사무소를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바로 산막이 옛길로 올라서는 길이 나온다. 사람들이 많다. 주차장 둘레에 심은 미선나무에 하얗게 꽃이 매달렸다. 향기가 솔솔 풍긴다. 주차장에는 차를 세우기 좋을 만큼 차들이 세워져 있다. 멀리 바라보이는 솔밭에는 이미 봄이 짙었다. 바람은 다소 차지만 귓가는 부드럽다. 농민들은 이미 농사를 시작했다. 흙냄새가 싱그럽다. 

 

댐은 만수였다. 잔잔하다. 물은 아주 맑고 깨끗하다. 물가에 버드나무에 봄색은 엷지만 생기는 넘친다. 찰랑거리는 물가가 신석정의 그 먼 나라처럼 아련하다. 길 위에는 진달래가 피고 생각나무도 피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봄이 즐겁다. 우리는 아주 천천히 걸었다. 두 번째 와 보지만 감회는 다르다.

 

중간에 이용원 선생님 부부를 만났다. 맞은 편에서 오기에 벌써 다녀 오는 줄 알았더니 덕평 쪽에서 걸어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가 되돌아 올 때 그 분들도 되돌아 오면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쉽게 지나칠 수 있었다. 다래나무 동굴을 지나 산막이 마을에 도착했다. 이런  곳에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날마다 여기 있어도 좋을 것 같았다. 세상을 잊고 평안히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주차장 너머에는 진달래가 한창이다

 입구에서 건너다 보이는 소나무 숲

 연리지 공원

 돌산과 벌집

 버드나무에는 녹색을 만들어

 생강나무 꽃이 한창

 나무에서 나오는 샘물 

호수 건너  갈론 가는길

 봄은 호수에서 부터 오는가

 

 

 봄을 바라보는 여인

 호수의 봄

 산막이는 꿈의 마을인가?

 

되돌아 오는 길은 걸음을 빨리 했다. 이용원 선생님 내외분을 다시 만났다. 덕평 별장으로 와서 저녁을 먹고 가란다. 그러기로 했다. 그런데 박제옥 선생님 부친상  부음이 도착했다. 돌아 오는 길이 상쾌하다. 그런대로 즐거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