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15일
폭염주의보가 내렸다고 한다. 그래도 오늘은 광주광역시의 무등산을 가기로 했다. 광주는 3년 전에 김대중컨벤션센터에 있었던 전국도서관대회에 참석해 본 이래 지나치기만 한 도시이다. 그런데 무등산을 밟을 기회가 생겼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무등산은 1100m가 넘는 광주의 진산으로 광주 시민이 아끼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산이다. 알려지기로는 100만이 넘는 시민을 안고 있는 산으로 1000m가 넘는 산은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한다. 실제로 산에서 만난 광주 시민 한 분은 충북에도 좋은 산이 많은데 여기까지 왔냐면서도 무등산만큼 좋은 산은 전국에 없다고 자랑한다. 무등산은 우리가 그냥 청주에서 청주의 진산인 우암산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되는 규모가 큰 산이라는 것 쯤은 알고 있다. 특히 정상 부근의 입석대나 서석대는 세계 자연유산으로 인정받은 명물이다.
7시에 이효정 선생님을 만나 산남동으로 가서 남주완 선생님을 태우고 셋이서 출발했다. 차는 청원 나들목으로 진입하여 경부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를 거쳐 광주광역시를 향해 달렸다.
10시쯤 증심사 주차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무등산 산행을 준비하느라 법석이었다. 주차할 곳이 마땅하지 않아 두리번거렸으나 자리를 고르지 않고 아무곳 이나 보이는 곳에 주차할 마음을 먹으니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또 우리 도착이 그렇게 늦은 것은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증심사 쪽으로 접어드는데 우리는 냇물을 건너 바로 산 기슭으로 붙었다. 새인봉 가는 길이다. 풀이 무성하다. 새인봉 가는 길은 평탄하고 좋았다. 한참을 올라가니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말할 수 없이 덥다. 이때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샌달을 신고온 것이다. 발이 미근 거리고 발바닥이 낮게 땅에 붙는다. 안정감이 없다. 큰일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능선 안부에 올라가 물을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어쩐지 오늘 산행이 힘들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아주 힘들게 새인봉에 올랐으나 460m이다. 앞으로 갈 길이 까맣게 보였다. 그러나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그리고 바라다 보이는 조망이 좋다. 그런데도 나 때문에 자구 쉬어야 하고 늦어져서 마음으로 많은 부담이 되었다.
새인봉 능선에서 바라본 정상
증심사와 녹차밭
사랑에 겨운 젊은이들이 사고를 당했다는 바위벽
새인봉으로 가는 소나무숲길
중머리재
바람부는 중머리재에서 장불재 송신탑을 배경으로
전망대에서
중머리재 약수터
군데 군데 있는 샘물
입석대의 위용
장불재에서 입석대 오르는 길목
입석대 가는길 남주완선생님과
입석대에서
입석대 표지석
천연기념물 입석대
입석대를 돌아가며
서석대 아래에서
멀리 보이는 규봉
이효정 선생님
입석대에서 바라본 정상 (통제)
증심사 느티나무
증심사 전경
증심사 일주문
새인봉을 거쳐 중머리재에 오르니 조망이 더 좋다. 웅장한 산 줄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나무가 없어 햇볕이 따갑다. 거기에서 한참을 올라 장불재에 오른니 송신탑이 있고 규봉으로 가는 산줄기와 서석대 입석대로 가는 줄가가 갈라진다. 바람이 아주 시원하다. 햇살은 여전히 따갑다. 옷은 땀으로 다 젖었다. 올라가는 길이 모두 돌길이다. 그래도 얼마남지 않았으니 힘을 내서 올라갔다. 몸이 풀렸는지 처음보다는 훨씬 좋아졌다.
입석대는 제주의 주상절리대와 같은 바위 육면체들이 층층이 쌓여 있어서 장관이다. 광주 시민들이 자랑할만하다고 생각했다. 입석대를 돌아 올라가니 광주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내려오는 길은 능선을 타고 중봉을 거쳐 무등산을 일주하려 했으나 나를 배려했는지 장불재에서 중머리재로 증심사로 내려오는 직선 하산로를 택했다. 그래도 출발지에 돌아오니 시간이 많이 지났다. 5시간이면 걸을 수 있는 거리를 7시간이 넘게 걸린 것이다.
오늘 산행은 아주 힘들었다. 세인봉까지는 그런대로 잘 올라갔으나 세인봉에서 한 번 휴식을 취한 후에는 다리가 무겁고 발이 뒤틀렸다. 게다가 땀이 비오듯 하고 숨까지 가쁘다. 가슴도 뻐근한 기분이었다. 두 분에게 피해를 짐이 되는 것 같아 미안했다. 이효정 선생님은 계속 나를 살피면서 천천히 걸었다. 남선생님은 오랜만의 산행이라면서도 아주 잘 걷는다.
체중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 운동을 게을리 한 탓이다. 거기다가 신발까지 샌달을 신고 온 것이 큰 실수이다. 아무튼 입석대를 간신히 오르고 서석대를 돌아 내려올 때 몸이 풀렸다. 내려오는 길은 가볍게 내려올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 이렇게 힘든 산행은 처음이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다만 입석대와 서석대의 위용만이 기억에 남는다.
광주에 와서 오리탕으로 저녁을 먹었다. 특별한 메뉴이고 아주 맛이 좋았다. 그러나 사람이 너무 많아 친절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부근의 다른 식당은 비었는데 사람들은 한군데로 몰린다. 이효정 선생님이 왕복 운전에 힘이 많이 고생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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