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다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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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이야기 코너인 '에세이 뜨락'은 지역 수필가들이 1주일에 한 번씩 방문, 삶의 여정에서 건져올린 생각을 수필, 꽁트 등의 형식으로 들려주는 작은 사랑방입니다. "노스탤지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의 모든 것이 마냥 그립다.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문인들의 모임이 있는 날이다. 낯가림이 심한 성격 탓에 모임 한 군데 들지 않던 내가,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두 군데의 문인단체에 가입했다. 충북에 있는 원로문인들이 모인 곳이라 얼마 동안은 적응되지 않아 후회스럽기도 했는데, 글을 쓴다는 공통점 때문인지 몇 번의 모임을 참석하고 나니 소속감이 들고 책임감도 생겼다. 퇴근시간을 앞두고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인데 다들 오셨다. 깔끔한 한정식으로 저녁을 먹으며 여름을 지낸 밀린 이야기와 근황으로 조용한 수다가 시작되었다. 신입회원의 인사와 다음 달 치를 큰 행사 이야기로 회의를 진행하며 웃음꽃을 피우다 보니, 역시 여자들이 모인 자리라 이야기꽃이 끝이 없다. 회의를 마치겠다는 회장님의 말씀에도 아무도 일어설 기미가 보이지 않자 "오늘 집에 가기 싫으신가요?" 하시면서 회장님께서 먼저 일어나신다. 멀리서 온 신입회원을 그냥 보내는 것이 아쉽다며 가까운 찻집에 가서 차나 한잔하자고 한다. 마침 가까운 곳에 오래된 찻집이 있어 들어서니 한방차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차 달이는 냄새가 좋다고 너나 할 것 없이 찻집에 대한 예찬으로 소란스럽다. 시대에 발맞추어 하루가 다르게 들어서는 멋진 라이브 커피숍 때문에 밀려난 옛날다방 주인이 혼자서 주문을 받고 차를 다린다.
낡아서 귀퉁이가 떨어져 나간 소파와 의자 몇 개 놓인 다방의 주인 여자는, 한꺼번에 밀어닥친 회원들이 반가워 입을 다물지 못한다. 커피도 맛있지만 오래도록 달여서 거른 냉 대추차가 맛있다며 대추차를 마시라고 한다. 열 명이 넘는 회원들이 모두 냉 대추차를 시켜놓고 나니, 이제는 사라져 버린 옛날다방에 앉아 있는 것이 얼마 만인가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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