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 새벽이다. 아내의 코고는 소리에 잠이 깼다. 잠자리가 음전한 아내인데 친구들과 여행이 어지간히 요란했던 모양이다. 거실로 갈까, 서재로 갈까 하다가 모로 누웠다. 조용하다. 아내를 바라보고 베개에 오른쪽 귀를 묻고 모로 눕기만 해도 세상은 고요해진다. 왼쪽 귀에는 바람소리가 ‘쐐애애’ 여전하지만 감각은 이미 무뎌졌다. 귓속에서 바람이 분다. 이명耳鳴이다. 봄바람에 마른나무 잔가지가 휘파람을 불 듯, 여름 오후 수매미가 암컷을 부르듯, 한겨울 참나무 남은 이파리가 삭풍에 떨리듯 바람이 분다. 때로는 고막 너머에서 귀곡성처럼 울어대서 새벽이 괴롭다. 아내 코고는 소리쯤이야 오른쪽 귀만 막으면 되지만, 곤한 새벽에 왼쪽 귀 저 안쪽 바람소리는 막을 길이 없다. ‘망진자호야亡秦者胡也’라더니 새벽을 괴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