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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문학평론가 이방주의 서평> - 박순철 콩트집 《소갈씨》

느림보 이방주 2015. 3. 28. 17:54

<문학평론가 이방주의 서평>

 

박순철 콩트집 소갈씨

 

 

소시민적 삶의 단면 묘사로 가치 있는 세계 형상화

해학과 풍자 극적반전 기법으로 시대에 회초리

 

 

이방주

 

모파상(Guy de Maupassant, 1850~1893)의 단편 <목걸이>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목걸이>의 매력은 사회풍자의 교훈적 주제와 극적 반전이라는 구성의 맛이다. 짧은 소설이 이만큼 재미있게 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하고 비판하면서 교훈을 주는 작품도 드물 것이다. 이와 같은 극적 반전의 기법은 모파상이 가장 애호한 콩트 형식이다.

콩트는 손바닥에 쓸 수 있는 정도의 짧은 글이라 하여 장편소설掌篇小說이라고 한다. 그런데 장편소설長篇小說과 혼동되기 때문에 콩트라고 많이 부른다. 콩트는 프랑스에서 처음 나왔다고는 하나 우리나라에도 이와 같이 해학과 풍자적 기법과 극적반전으로 세태를 꼬집는 설화문학이 소화笑話나 야담野談이란 이름으로 존재했었다.

콩트의 발생이 어찌되었든 기본적인 요건은 바로 현실 풍자의 짧은 이야기이면서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 물론 소설의 기본 요소인 시대적 공간적 배경 속에서 인물들이 일으키는 사건 서사가 치밀한 구성으로 전개되어 한다. 거기에다가 재미를 더하는 것은 바로 사건의 극적 반전에 의한 주제 제시이다.

사람 살이의 단면을 예리하게 포착하여 풍자와 비판으로 대중에게 일침을 가하는 콩트 작품으로 박순철 작가가 최근에 내놓은 소갈씨를 들지 않을 수 없다. 중견 수필가인 박순철 작가는 그동안 탄탄한 문장력으로 수필집 달팽이의 외출(2004), 예일대 친구(2009) 등 자기성찰을 통하여 사회의 부조리한 일면을 꼬집는 수필 작품을 발표해 왔다이번에 내놓은 콩트집 소갈씨를 읽으면 그가 수필가로서만이 아니라, 콩트의 문학적 위치를 확고하게 했고  문단에서 콩트 작가로서의 자리도 뚜렷하게 확보하였음을 알 수 있다.

콩트집 소갈씨는 주제에 따라 5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 백담사의 미소, 2부 별들의 욕망, 3부 허달씨, 4부 도와줄게, 5부 소갈씨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39편의 흥미진진한 작품이 실렸다

 표제작인 <소갈씨>이나 <불친절과 친절> <뛰는 언니 나는 오빠> 등의 주인공은 소갈씨이다. <소갈씨>에서 등장인물 소갈씨는 새해를 맞아 목욕탕에 들러 살아온 세월을 뒤돌아보기도 하고, 세상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상념에 빠지는 소시민의 모습 그대로이다. ‘이제 세월에 순응하면서 살아야 할 나이’ ‘욕심을 내려놓아야 하지만 쉽지 않은소갈씨는 새해를 깨끗한 마음으로 준비하기 위해서 목욕탕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세상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많지만 목욕탕에서 자진해서 등을 밀어주는 착한 학생도 있어서 희망을 갖게 된다.

작가가 소갈이라는 이름을 어떤 의미로 썼는지는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소갈씨를 비롯한 이 책 전체에 흐르는 모든 인물의 성품을 보면 소갈머리’ ‘소갈딱지라고 하는 비좁은 생각이 아니라 오히려 그런 의미에서 반전한 뜻을 지니고 있다. 이렇게 소갈씨는 작품의 주인공이인 동시에 오늘을 사는 소시민으로서 세상을 꾸짖고 걱정하는 작가 자신임을 알 수 있다.

소갈씨에 수록된 작품들의 주제도 다양하다. 곧 작가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작가 자신을 비롯한 현대 소시민의 눈에 바라보이는 사회에 대한 풍자적이고 비판적인 시선이다. <대둔산 도사>는 자연 보호를, <부전자전>은 절약하는 자린고비 정신을, <나는 죽지 않는다>는 황금만능주의로 돈만을 따르는 세태를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 밖에도 독신주의에 대한 비판, 교장 같은 사회 지도자의 모습에 대한 소망, 전통적인 미풍양속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 진정한 효성, 참된 우정, 진실한 사제지간의 정, 귀향과 귀농의 가치, 인간관계의 아름다움 등 사회 일상의 일면에 대한 풍자와 아울러 작가의 소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러한 작가의 소망은 작품 속에서는 소시민적인 인물들이 등장하여 그냥 지나가며 내뱉는 텁텁한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예리하고 날카로운 시각으로 관찰하여 묘사하는 행간에는 사회에 대한 엄중하게 내리치는 회초리가 숨어 있다. 이와 같은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는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서 극적 반전을 이루어 독자를 더욱 야멸치게 끌어들인다.

서사적 작품의 문학성은 사건의 개연성으로 구현된다. 소갈씨에 수록된 작품 39편은 사건 진행의 인과관계가 뚜렷하여 필연적이다. 이와 같이 개연성을 확보하여 독자를 감쪽같이 허구에 빠져들게 하고, 지적이고 유머와 기지에 찬 문장이 독자에게 웃음과 함께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러한 사건 전개 수법은 모파상을 비롯한 콩트 작가들의 구성 수법을 능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작가는 <이무기의 하소연>이라는 책머리 글에서 용이 되고 싶었습니다.”라고 하소연하다가 갑자기 뛰어오름을 멈추고 이무기로 남기로 했다.”  반전시키고 있다. 이런 작가의 말은 어쩌면 지방의 모든 작가들의 심중을 솔직하게 토로한 것이라 공감이 간다. 그러나 박순철 작가는 콩트집 소갈씨로 이미 용이 되어 있다. 그런데 용이라 해보니 왠지 정치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사회의 부조리에 일침을 놓는 콩트 작가라면 땅에서 포효하는 이무기가 오히려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가 : 박순철

      발행 : 대한출판

      면수 : 226면

      가격 : 12,000원

(2015. .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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