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생활과 일상/꽃밭 일기

꽃밭일기 36 -토론대회 준우승 -지선이와 예린이

느림보 이방주 2010. 10. 18. 16:19

2010년 10월  14 일

 

지선이와 예린이 - 토론대회에서

 

 벌과 나비-제천 한방바이오 엑스포

 

지난달에 이미 박지선과 정예린이 중부매일사 주최 초중고교 토론대회에서 준우승 소식은 들었다. 황산에 가 있을 때 안개 속에서 예린이 어머니로부터 결승에 진출했다는 전화 메시지를 받았다.

 

10월 어느 일요일 예식장 갈 일이 있어서 외출을 하지 못하고 시간을 기다리느라고 텔레비전을 켰다.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보니 HCN에 낯익을 얼굴들이 나왔다. 지선이와 예린이그리고 1반에 박소영이 한 팀이 된 산남고 팀과 청석고 팀의 토론을 녹화 중계하고 있었다.

 

토론 주제는 공무원 선발할 때 군입대 경력자의 가산점 제도에 대하여 찬반 토론을 하는 것이다. 우연히 우리 지선이와 예린이 팀은 가산점 제도에 대한 반대 쪽에 남학생은 청석고 팀은 찬성 쪽에 있었다. 얼른 보면 피토하는 토론이 있을 법한 일이다. 그런데 한눈으로 봐도 내 새끼들이 밀리고 있었다.

 

지선이는 열심히 논거를 들어 가면서 자기 주장을 해 나갔지만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속이 터졌다. 여성으로서 역차별 문제를 얼마든지 들고 나올 수 있는데, 그리고 군입대 경력에 대한 가산점은 임용 후 호봉에 가산해 준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얼마든지 보전해 줄 수 있기 때문에 선발할 때부터 가산점을 주는 것은 분명 모순이 있는 것인데도 그런 논거를 대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남성이 병역의 의무가 있다면 그건 남성으로 태었났기에 지는 영예스러운 의무라고 말해도 될 텐데--- 여성이 여자로 태어났기에 출산이라는 성스러운 일을 하듯이 말이다. 그런 이야기를 못하고 있다.

 

문제는 법과 사회라는 교과목을 선택한 아이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학교에서 만나 사회자가 호봉제라는 힌트를 주던데 호봉제가 뭔지 몰랐어? 하고 물어보니 그게 뭔지 모르고 있다. 사실 청석고 아이들의 논리도 제자리를 맴돌았다. 두 발만 스스로 뗄 수 있어더라면 모든게 해결되는 데 그랬다.

 

안타깝다. 그러나 평소 말없이 착하기만 한 예린이와 지선이가 거기 나가 남학생들과 겨루면서 말쌈을 벌였다는 것만도 대견하다. 뭐라 말하면 빙그레 웃기만 하던 그 부끄럼 많은 아가들에게서ㅏ 어떻게 그런 논리 정연한 말씀이 준비되어 있었을까? 안타깝지만 그렇게 머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