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12일
쫓기는 아이들
6일간 베트남 캄보디아 여행을 마치고 12일 출근했다. 아가들이 몇이 연구실에 다녀갔다.
"잘 다녀 오셨어요?"
"캄보디아 얘기 해주세요."
나는 캄보디아에 가서 쓸데없는 일에 무리를 해서 감기가 잔뜩 들었다.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교실에 가보니 몇몇 아가들이 반갑게 맞아 준다. 출석부를 살피니 출석 상태가 지극히 양호하다. 6일간 결석은 없고 조퇴가 한 명 있을 뿐이었다. 기특하다. 내가 평소에 아이들에게 독재였을까? 아니면 아이들이 학교가 더 좋을까? 자습하는 모습을 보면 공부를 하기 위한 것은 틀림없다.
슬자가 볼멘 소리를 한다.
"선생님 밤에 특별실에서 공부하는게 왜 안돼요?"
사뭇 따지는 말투다.
"또 쫓겨났니? 내가 경비 아저씨에게 한 번 더 말해 보지."
"경비 아저씨가 그러는데 행정실장님과 교장 선생님이 쫓으라 했대요."
"그래? 그래도 그럴 리가 있나. 아마 그건 아닐거야. 그냥 경비 아저씨 말씀일거야."
나는 아닐 거라고 믿는 건지, 정말 아니기를 바라는 건지 모르는 애매한 대답을 했다.
학교에서 열두시 정도까지 공부하고 가는 아가들이다. 집에 가면 공부할 곳이 마땅치 않거나 분위기가 아니거나 학교가 더 공부하기 좋은 아가들이다. 학원에도 못 가고, 괴외도 받을 수 없는 아가들이다. 나는 맘이 아팠다. 짐작가는 일은 있었지만 나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오히려 상황이 짐작되기에 더 어쩔 도리가 없다.
몇 명 이상이 안 되면 밤에 난방을 해 줄 수도 불을 밝혀줄 수도 없다는 말이다. 그건 핑계가 아닐까? 절약을 해야 하는 건 맞지만 그것이 교육이지만 스무 명이 남아 있거나 한 명이 있거나 난방도 조명도 해야 하는 일은 마찬 가지이다. 아가들을 쫓으려는 핑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일찍 집에 가면 소꼴을 베든지 농삿일을 거들어야 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숨어서 공부를 했다. 교무실 바로 옆 교실인 우리 교실에서 공부를 하려면 대부분의 주번교사들이 쫓아냈다. 조명도 난방도 필요 없던 그 시대 참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면 3층 구석 교실까지 가서 숨어서 공부를 했다. 그러다가 또 쫓겨나면 같은 울타리 안에 있는 중학교 교실에 가서 숨어 공부를 했다. 그래서 나는 학교에서 공부해야 하는 아가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슬자가 대표인가 보다. 밤에 공부하다 쫓기는 그 아이의 모습이 선하다. 21세기 국민 소득 2만불이 넘는 이 시대 이런 아가들을 통해서 400불 시대를 살던 나를 본다. 어이없고 우습지만 말할 곳이 없다. 아프지만 어쩔 수 없다. 교단 교사는 이럴 때 비겁해 진다. 이럴 때 내 삶이 후회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 슬자야 미안하다. 나를 원망해라.
할 말은 오직 하나
아가들아 미래는 아주 어렵게 오는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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