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 읽는 아이가
세상에 첫 발을 내딛는 날
産苦보다 기대에 부풀었다.
그리고
그렇게 작은 떨림으로도
나는 몸둘 바를 몰랐다..
다음은 그 서문이다.
껍질 벗는 아픔으로
언제부턴가
삶은 ‘껍질 벗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작나무가 얇게 이지러진 보굿을 벗고 하얀 속살을 드러내듯
발갛게 떨어진 아람이 보늬를 벗고 하얀 속살을 드러내듯
그렇게 하얀 속살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껍질 벗기를 하는 동안
어느새 자잘한 솜털도 자취를 감추고
어느새 허허로운 마음도 떨어내고
어느새 두둥실 세상 너머도 바라볼 수도 있고
당장 할 일도 건져 올리어 한 껍질 더 크게 벗은 다음
꽃을 떨구어 작은 열매 매달 부끄러운 다짐도 찾게 되었다.
‘껍질 벗기’
정말로 껍질을 벗는 아픔으로 이 책을 낸다.
껍질 벗는 아픔으로
껍질 벗는 부끄러움으로
껍질 벗고 더 굵게 태어나는 몸부림으로
그렇게 벗어 내던지는 홀가분함으로 이 책을 낸다.
벗어 내던진 껍질
이제 다시 돌아보지 않으리라.
이제
새로운 속살을 위하여
다시 벗어 던질 새로운 껍질을 위하여
내 생명을 더욱 거북이처럼 차분하게, 황소처럼 넉넉하게 다듬어 가리라.
세상은 부릅뜬 시선으로
벗어 내던진 나의 아픔과 부끄러움과 몸부림은 그냥 지나서
더욱 하얘진 속살에나
더욱 뜨거워진 몸부림에나
잠깐 잠깐 머물러 주리라 믿는다.
한 번만이라도 더 그윽한 시선 보내 주리라 믿는다.
이 책의 산실이 된 나의 인터넷 글방 회원들에게 감사 드리고, 글눈을 틔워 주신 서정범 교수님, 온화한 눈길로 끊임없는 채찍을 주시는 나의 영원한 스승이신 한국교원대학교 최운식 교수님께 감사 드린다. 또 글이나 쓴다고 햇살 좋은 날에도 서재에 틀어박힌 갑갑한 남편을 이해하고 견디어 주는 아내 송병숙에게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