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보 창작 수필/소나무

낙영산 소나무

느림보 이방주 2005. 10. 23. 09:40

10월 22일

낙영산에 올라

저물어가는 가을을 나는 바라보고 있었다.

 

공림사를 바라볼 수 있는 낙영산 능선에는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리고

수도승처럼 오체투지하는 소나무가 있었다.

 

온 몸을 땅 바닥에 대고

주체할 수 없는 구도의 열망은

산 아래 부처님을 향하고 있었다.

 

번뇌는 큰 바위가 되어

그의 열망을 짓누르고

부처님은 그 옆에 소나무의 모습으로 나타나

조용히 그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낙영산 오체투지하는 소나무

 

 

 

나는 그냥 살아보겠어요.

당신이 그렇게 미이라로 남아 있어도

나도 거기까지는 그냥 살아보겠어요.

 

사실 나도 당신의 모습을

그냥 나는 전혀 아닌 남의 모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러나 지금은 그냥 살아보겠어요.

 

번뇌처럼 짓누르고 육신을 파고드는 아픔이 있더라도

삶은 그냥 본래 그런거라고 여기면서 살아보겠어요.

바람맞는 당신의 미이라가 안쓰러워도

눈물 보이지 않으면서요. 

 

왜냐구요?

저기 푸른 하늘이 보이잖아요.

 

 

삶과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