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과 서재/완보 칼럼

수능 시험을 앞두고

느림보 이방주 2005. 4. 26. 22:39

이제 수능 시험이 40여일 남았습니다.
공부가 인생이 전부가 아니라지만
대학이 성공의 지름길이 아니라지만
사실은 그게 전부가 아니기 때문에 그건 그만큼 인생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고
사실은 그게 전부이기 때문에 전부가 아니라고 강변하는 것이 현실인지도 모릅니다.

이제 아이들은
얼만큼 크게 가졌던 욕심도 버리고
현재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면서 초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엄마들도
아이들이 그저 건강하기만 바라며, 그저 지금같기만 바라며
경건한 마음으로 그 날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수능을 앞 둔 수험생들은 이제
더 많은 밤을 새우려 하지 말고, 있는 시간을 쪼개서 더 많은 시간을 만들어야 하며
더 많은 책을 읽으려 하지 말고, 읽은 책을 요소를 확인하면서 그 날을 기다려야 하며

수험생들은 이제
뛰어가다 넘어져도 안되고, 크게 소리 지르다 목이 쉬어도 안되고, 아무 음식이나 먹다가 배탈이 나도 안되고, 쓸데없이 약을 먹어도 탈이 나고, 아무거나 얼굴에 바르다가 탈이 나도 손해고, 쓸데없는 오만을 부리다가 감기에 걸리면 적어도 30점은 손해 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수험생들은 이제
아무 생각이나 쓸데없이 해서 가지런한 머리를 혼란하게 해도 안되고, 쓸데없이 친구와 다투어서 마음을 다칠 필요도 없고, 공연한 사람에게 마음을 쏟아 옹골지게 닦아온 내면을 허공에 날릴 필요도 없습니다.
이렇게 하면 더 효과적일까? 저렇게 하면 어떨까? 독서실로 가 볼까, 이제 그만 학교로 돌아올까, 학교 자율학습을 그만두고 집에서 공부하면 어떨까. 기숙사를 떠나 집으로 돌아갈까, 학교 주면 독서실에서 밤을 새워볼까를 계산하지 말기 바랍니다. 그건 정신적이 낭비입니다. 그렇게 헤매는 사람은 적어도 20점은 손해입니다.
그냥 지금까지 해온대로 평상심으로 그렇게 계속하기를 바랍니다.

수험생을 바라보는 우리들은
그들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며
그들이 얼마나 깨끗한 사람이며
그들이 얼마나 연약한 사람인가를 알아야 합니다.

시험 10여일 전부터 엿이다, 떡이다, 빵이다, 뭐다, 뭐다 사다주면서 제인사를 닦으며 그들의 마음을 흩어 놓으면 적어도 40점은 손해입니다.

이제 경건한 마음으로 조용히 그들을 지켜 봅시다.
이제 평상심으로 돌아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두 손 모으고 그날을 기다립시다.

 

 

2004년   10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