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뿌린대로 거두는 것
월요일 아침
출근하여 가방을 여니
노란 명찰 세 개가
나왔습니다.
최민수, 배용준, 최수종
아!
토요일 퇴근 길에 학교 울타리를 돌아 교사 뒤편으로 핸들을 돌릴
때였습니다.
증축 공사로 망가진 생울타리 사이로
신사 세명이 거침없이 걸어나오고 있었습니다.
"딱
걸렸네!"
다짜고짜 명찰을 내라고 호통을 치고 월요일 학교에서 만나자고 했습니다.
최민수는 키도 크고 복장이 아주 단정했으며,
하교길인데도 명찰까지 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눈에서 사내다운 의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배용준은 아주
준수한 용모에 계집아이처럼 예쁘게 생겼지만,
머리를 단정하게 깎아 범생이라는게 눈에 보였습니다.
최수종은 귀공자처럼 잘 생긴
얼굴인데
장난기가 솔솔 풍겨나오고 있었습니다.
틀림없이 최수종이 울타리로 살짝 빠져 나가자고 배용준과 최민수를 꼬드겼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녀석들의 명찰을 책상 위에 나란히 세워놓고
이놈들이 0교시 전에 나타나면 너그럽게 용서하리라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중에 이 멋진 사나이들이 나타나서
"무쏘 타고 다니시는 선생님' 어쩌고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중에는 반장도 있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았습니다.
준수한 그 녀석들에게
"신사가 개가 다니는 개구멍으로
다니면 되나?"고 훈계하면서
가슴이 움찔했습니다.
"신사"
그 신사들을 가르치는 나는 신사인가?
"뿌린대로
거두리라."
"뿌린대로 거두리라."를 거듭 외면서 나를 질책하느라
정작 신사인 최민수, 배용준, 최수종을 바라볼 수가
없었습니다.
2003년 4월 1일
교육연구부장 이방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