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답사/해외 여행

미국 서부 1 샌프란시스코-유니온 시티

느림보 이방주 2015. 5. 3.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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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여행 첫날 : 청주-인천 -샌프란시스코-유니온 시티

 

1. 여행 동기

오늘 미국여행 떠나는 날이다. 미국이라는 큰 나라를 찾아가는데 그냥 미국이라고만 말하기가 민망하다. 왜냐하면 미국 서부의 샌프란시스코요세미티국립공원, 라스베가스, 브라이스캐년, 자이언캐년, 그랜드 캐년, 로스앤젤레스 정도 67일 간단한 여행이기 때문이다. 이 간단한 여행을 꿈꾸는데 참으로 오래 걸렸다.

20138월 퇴직하면서 이제는 자유인이 되었으니 휴가철이 아닌 기간에 싼 값으로 해외여행을 마음껏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퇴직하고 지금까지 여행다운 여행은커녕 비행기 한 번 타보지 못했다. 그건 여러가지 가정사정사도 있었지만 남들이 아는 것 만큼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우선 내가 새집으로 이사를 했고, 크게 도움은 안되었지만 손녀를 보는 일도 무엇보다 내게는 큰일이었다. 그리고 은퇴 이후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여 자리를 잡는데 바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두 군데의 문학 강좌, 평론가 등단 등 새로운 삶에서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일들을 바로 챙기는 일도 시급한 일이었다. 그리고 내가 가입되어 있는 문학회에 오랜만에 출석하여 얼굴을 익히고 회원들과 소통하는 일도 내게는 힘겨웠다.

금년 3월 손녀 연재가 태어났다. 연재가 태어남으로 해서 가족이 또 한 명 늘었다. 가족들에게 큰 기쁨을 주었고 아들며느리 내외의 삶의 방향도 어느 정도 정해진 듯하다. 나도 이제 얼마쯤 앞으로 자리를 잡고 살아가야할 길이 정해졌다고 생각했다.  그 때 마침 막내동서가 미국 서부 여행을 싼값에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어떠냐고 전화가 왔다. 그런 상품은 빨리 결단을 내리고 빨리 계약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바로 그냥 좋다고 대답했다. 모든 것은 동서가 다 준비하고 나는 그냥 그려 좋아!”라는 대답의 말만 했다. 그래서 꼼꼼하고 치밀한 동서가 다 준비하여 편안한 여행을 하게 된 것이다. 아내도 막내처제를 특별히 사랑하고 처제도 편안하지만 않겠지만 본래 그의 성격이 좋아서 나는 마음 편한 여행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2. 여행 개요


 출발  4월 24일

 인천공항 KE023 (17:30)  - 샌프란시스코 11:40 도착 (현지시각) 

 

 제1일 4월25일(24일)

 샌프란시스코 공항 도착, 시청, 금문교 베이크로즈, 샌프란시스코 시내관광

CROWNE PLAZA 

 제2일 4월 26일(25일)  요세미티국립공원, 캘리포니아 대농장 프레즈노

HOLLDAY INN EXPRESS 

 제3일 4월 27일(26일)

 바스토우, 은광촌 CALICO, 라스베가스 스트라토피어 전망대관광, 야경관광

EXCALBUR HOTEL

 제4일 4월 28일(27일)

 브라이스캐년, 자이언캐년

EXCALBUR  HOTEL

 제5일 4월 29일(28일)

 그랜드캐년

 HARRAH'S LAUGHLIN

제6일 4월 30일(29일)

 로스앤젤레스  코리안 타운, 유니버설스튜디오

기내 숙박

 도착 5월 1일

 로스앤젤레스 공항 KE012 23:00- 인천 04:00 도착

 

 


3. 청주 - 인천

가경 터미널에서 1130분 인천공항 리무진을 인터넷으로 예약했다. 택시로 가려 했는데 10시쯤 아들이 왔다. 규연이랑 같이 와서 터미널까지 아주 편안하게 도착하여 리무진을 탔다. 아내가 손자 규연이랑 헤어지는 것이 아쉬운 모양이다. 규연이도 한동안 골을 부리고 떠나지 않는다. 손자 규연이가 건강이 안 좋아서 마음이 무겁다. 나이 들어 여행하니 아이들에게 부담을 많이 주게 된다. 고생하는 대한민국의 '아파야 당연한' 청춘인 아들, 며느리, 딸에게 용돈을 받아서 놀러 다니는 것이 좀 민망하다.

인천 공항으로 향하는 리무진에 짐을 싣고 올라탔으니 이제 그런 생각은 다 버리고 잘 다녀오기만 하면 된다. 아이들도 그걸 원할 것이다. 버스가 경부고속도로 나들목을 향하여 달린다. 부모산 녹음이 짙다. 계절은 이렇게 때가 오면 제 할일을 다 한다. 누가 칭찬하든 나무라든 상관하지 않고 제 때 제 일을 한다. 여행을 떠나면서 왜 갑자기 언제나 시끄럽고 한 방향으로 가지 못하는 정치가 걱정이 되나 모르겠다. 모두가 국민을 위한다면서 국민이 원하는 한 방향을 모른다. 그렇게 모르는 이들이 나의 쓸데없는 걱정을 알면 아마도 시건방지다고 할 것이다.

약간 해학적인 운전기사는 차를 잘도 몰아 1시간 50분 만에 인천공항 3층 국제선 정류장에 댄다. 여기서 원주에서 먼저 올라와 기다리고 있던 동서를 만났다. 여행사와 미팅을 한 다음 항공기 탑승권을 발급받고 짐을 부쳤다. 모든 것 동서가 알아서 했다. 나는 외국 여행을 참 오랜만에 가니까 모든 게 서툴다. 동서 내외가 있어 쉽게 했다. 출국 수속을 한 다음 우리가 탑승할 게이트에 가서 기다리다가 우동이라도 먹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공항 우동은 고속도로 휴게소 우동보다는 낫다. 230분에 짐을 부치고 출국 수속을 마쳤는데 비행기 탑승은 515분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는 건 지루하다. 우리는 면세점을 돌아다니며 이것 저것 구경하기도 하고 앉아서 이야기도 나누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면서 지루한 시간을 이겨냈다.

















인천공항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우리가 타고 갈 비행기는 아니다.


대한항공 KE023편에 탑승했다. 이제 10시간 정도를 하늘에 떠 있어야 한다. 창가에 앉기를 바랐는데 가운데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가운데 앉아야 하는 것이니 어쩔 도리가 없다. 다만 이 좁은 공간에서 10시간을 무료하게 앉아 있어야 할 일이 걱정이다. 나는 종종 일어나서 복도를 거닐고 팔다리를 움직여 운동을 하면서 고통과 지루함을 견디어 냈다. 문화일보나 주간 경향 같은 것들도 모조리 읽었다. 그리고 모니터에 나오는 타큐멘터리를 보면서 잠을 청하기도 했다. 생각보다는 시간이 잘 간다. 사실 인천에서 런던행 비행기를 탔을 때는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10시간 30분을 하늘에 떠 있었다. 그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4. 샌프란시스코 시내 관광

 누군가 창을 열자 밝은 빛이 쏴- 하고 밀려들어온다. 이미 아침이 온 것이다. 241745분에 인천의 땅을 박차고 하늘에 떠올라 출발했는데 24일 오전 1130분에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내려앉은 것이다. 시간을 거꾸로 간 것이다. 이런 것도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더난 것이라고 말해도 될까 하는 장난스런 생각을 해 보았다. 공항에서 입국 수속이 다소 복잡하다. 영어를 못하니까 더 그렇다. 간단한 회화는 배워두어야겠다. 미국에 왜 왔느냐고 묻는 것 같은데 뭐라고 대답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한 단어로 sightseeing이라고 말했다. 용기만 있느면 더 멋지게 말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여행사에서 보내온 가이드를 만나고 그를 따라가서 우리가 계속 타고 다닐 버스를 탔다. 버스가 크다. 60인승 버스다. 일단 이렇게 큰 버스가 마음 놓고 다닐 수 있을 만큼 도로가 좋다는 뜻이라 마음이 놓였다. 버스도 꽤 고급이다. 중국여행을 할 때 시트간의 간격이 좁아 다리가 긴 나는 엄청나게 고생을 했는데 그들의 다리는 나보다 더 길어서 걱정이 없다.


◆ 샌프란시스코 (San Francisco) 개요
미국내 인기도시 베스트 10중에 상위를 계속 차지하고 있는 도시가 바로 샌프란시스코이다.  항구도시로서 많은 민족과 문화를 흡수해온 샌프란시스코는 서해연안의 햇살이 잘 비치는 도시로 미국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모든 분위기가 서로 중복되어 있다.

 

◆ 생활정보
      시외전화(국내)는 장소에 의해 달라진다.
      국제 전화요금 : 시간 최초의 1분간 추가계산
      시 차 : 한국보다 14시간 느리다(여름철에는 -13시간).
      전압, 주파수:125V,60HZ


공항을 나오면서 바라본 미국이란 나라는 그냥 커 보였다. 이런 표현은 너무나 무덤덤한 말일 것 같지만 그냥 커 보였다. 건물이 크고, 도로가 넓고 크고, 도로에 다니는 차들도 다 커 보였다. 나무도 크고, 사람들도 덩치가 크다. 여자도 크고 남자도 크다. 나라가 크면 이렇게 모든 게 커 보이는 건가 하는 생각도 해 봤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영국에 갔을 때 도로도 좁고 구불구불한데다 승용차들도 아주 작아 보였다. 그러고 보니 영국은 사람들도 왜소한 편이었다. 같은 백인인데도 열국인은 작았다. 승용차가 작은 것은 프랑스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중국은 도로가 넓고 곧은 것이 부러웠다. 건물도 웅장하고 큰 것도 그랬다. 그런 점은 미국과 중국이 비슷하다. 그런데 미국은 자동차가 유난히 크고 살림집들도 크고 넓게 터를 잡았다.

아무튼 이렇게 큰 나라에서 거리낌 없이 사는 이들이 부럽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많다. 샌프란시스코는 서울처럼 그렇게 복닥거리고 정신없이 사는 것 같지는 않아보였다. 거리에 나와 앉아 점심을 먹는 사람들의 얼굴이 여유롭고 그들의 걸음걸이도 다 여유 있어 보인다. 특히 그들의 옷차림을 보면 정말 여유 있어 보여서 부럽다. 어떤 이는 그냥 반소매 남방만 걸치고 어떤 젊은이는 반바지에 반소매 셔츠 차림이다. 어떤 이는 두툼한 재킷을 걸치고 어떤 여인은 소매 없는 셔츠에 젖가슴을 다 내놓고 다닌다. 누가 나의 외모를 보고 뭐라고 생각할까 하는 눈치는 누구에게도 없다. 자신감이다. 삶에 대한 자신감에 넘쳐 있다. 그에 비해 4,50만 원짜리 등산복 일색으로 차려 입은 우리 한국인 여행객의 속내가 부끄럽다. 이걸 입으면 어떨까? 이렇게 입으면 누가 흉보지 않을까 하며 얼마나 고심을 했을 것인가? 나만 편하면 되는데 나만 좋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 정말 3800원짜리 모자를 쓰고 나서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우리도 언젠가는 거리낌없이 살 수 있을 것이다. 70년대보다 지금이 훨씬 거기에 가까워지지 않았는가?

버스를 타고 처음 간 곳은 점심 식사할 식당이다. 점심은 기내식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걱정을 했는데 in-n-out 이란 샌프란시스코에서 유명한 햄버거로 문자 그대로 마음에 점만 찍는다고 한다. 나는 햄버거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해외여행에서 이 정도는 견뎌야 한다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음료수 컵이 엄청나게 크다. 작은 걸 좋아하고 절약을 생호라신조로 삼는 일본인들이 본다면 기절할 지경이다. 일본 호텔식에서 단무지를 세 쪽 주던 것을 생각하면 이건 호화판이다. 햄버거와 함께 감자튀김을 원 없이 준다. 기대를 안했는데 참 맛이 좋다. 배가 부른데도 하나 더 먹었으면 하는 욕심이 생겼지만 참았다. 미국인들은 분리수거가 없다. 잔반을 남겨 가축에게 먹일 생각도 없고 종이컵을 재활용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냥 한데로 뭉쳐 쓰레기통에 넣으면 되는 것이다. 편하겠지만, 소비가 미덕이라고는 하지만 지구의 모든 자원은 미국인만 쓰고 말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 주부들은 껌 포장지에서도 은박지와 종이를 분리하여 버린다고 한다. 그들도 살 만큼은 사는데 말이다.

 in-n-out 햄버거-줄을 서야 먹을 수 있다.


바람은 불지만 볕이 따뜻해서 밖에서 먹기로 했다. 청주 날씨보다는 약간 서늘하지만 그래도 공기가 깨끗해서 좋다. 햄버거 하나에 우리로서는 엄청나게 큰 컵에 콜라 한 컵, 감자칩은 무제한이다. 다 먹을 수 없는 정도인데 미국인들은 여성이나 남성이나 그걸 다 해 치우고 자리를 떠난다. 서두르는 기색도 없다. 미국인들이 세계 제1의 비만의 국가라는 것을 여기서 실감할 수 있다. 나는 햄버거 하나로도 버겁다.  햄버거를 먹으며 둘러보니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사람들, 어린 아이들, 젊은이들, 청춘 남녀가 거리낌 없이 나와 앉아서 식사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그런 중에 한 테이블에 동양인, 백인, 흑인이 앉아서 다정하게 식사하는 모습을 보았다. 나이를 짐작할 수 있는 동양인으로 보아 7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데 모두 벽없이 앉아 식사하는 모습이 부럽다. 그들은 우리나라의 사십대의 행동이고 옷차림이고 모습이다. 젊게 하는 모습이 부럽다. 하긴 우리나라도 불과 몇 십년전만 해도 60대의 모습이 지금 나의 모습은 아니었다. 이제 그렇게 변해가는 것이다.


 in-n-out 햄버거에서 점심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는 우리 가족


식사를 마치고 샌프란시스코 시내 관광을 나섰다. 처음으로 찾아 간 곳은 시청 광장이다.  시청의 건물은 어디서 많이 본듯 낯이 익는다.  알고 보니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성 베드로 성당의 모습을 모방한 것 같다. 아기자기하다는 느낌도 화려하다는 느낌도 없다. 다만 웅장하고 무게 있어 보인다. 시 청사가 이렇게 육중하고 위엄에 넘쳐도 시민들이 가까이 할 수가 있을까 의문스러웠다. 그러나 한편으로 관공서는 이렇게 위엄을 갖추는 것도 괜찮으리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새로 지을 청주 시청도 이런 모습이면 어떨까? 아니면 우리나라의 고전적인 모습을 지녔으면 좋겠다. 청주가 직지 인쇄문화의 도시이니가 이왕이면 그런 특징을 살려 설계했으면 좋겠다. 시장에 당선된 지 오래되었는지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시를 건설하겠다는 말 뿐인 구호 같은 없이 없어서 더 좋았다

 시청에 굳이 들어갈 볼 일도 없어 맞은편에 있는 캘리포니아 주립 도서관에 들어가 보았다. 도서관 분위기는 우리나라랑 다를 바가 없다. 책을 읽는 사람, 책을 검색하는 사람, 인터넷 검색을 하는 사람 등 우리나라 어느 도서관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다만 장서실을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고 책을 꺼내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그것은 우리 청주시 청원도서관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우리도 미국 수준의 교양을 갖추게 되었다는 자부심을 은근히 가져본다.

 

바티칸의 성베드로 성당을 닮은 샌프란시스코 시청사


시청 주변의 건물과 거리


샌프란시스코는 캘리포니아주에 속하는 미국 3대 도시의 하나이다. 인근에 로스앤젤레스의 발달로 인하여 더불어 규모가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규모에 비해 거대도시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것은 아주 오래된 도시들의 특징이다. 신흥개발도시는 완벽한 도시 계획 아래 발전하였지만 말이다. 다만 도시 구성이 질서있고 균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높은 건물이 드물고 대부분 건물이 나즈막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태평양을 끼고 있어서 바람이 많이 부는 대신 공기가 참 맑았다.

시내 관광을 하면서 가이드는 계속 샌프란시스코에 대해 설명한다. 그 가운데 1906년 대지진, 1986년 대지진으로 인한 시민의 고통과 미국 정부의 대처에 대한 언급이 인상 깊었다. 미국에 대한 무조건적 칭찬도 아니고 미국에 대한 어떤 적대적인 생각도 가질 필요는 없다. 다만 그 고통을 이겨내기 위한 시민의 노력과 정부의 정책이 국민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말하고 있어서 감동이었다.

바다에서 바라본 샌프란시스코의 일부


5. 금문교


배 위에서 바라본 금문교


다음에 세계에서 유명한, 말로만 듣던 금문교로 갔다. 우선 베이크루즈 관광을 했다. 배를 타고 태평양으로 나가서 금문교를 돌아나오는 것이다. 나는 날씨가 서늘하고 바닷 바람이 싫어서 객실 안에서 있었다. 그런데 동서가 갑판에 올라가 보라고 권해서 올라갔다. 그렇게 춥지 않았다. 나와 보면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인다. 빗방울이 간간이 떨어지고 하늘에 구름의 이동이 없이 잔뜩 찌푸린 모습이다. 가이드의 말이 계속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두 차례의 엄청난 지진에 의한 시민의 피해를 그들의 개척 정신에 의해서 극복했다고 한다. 샌프란시스코가 서부 개척의 한 중심 축이 되었다면 여기에서 백인을 만난 인디언들도 그 날이 지진의 날만큼이나 공포와 절망의 날이었을 것이다. 배에서 바라보이는 도시의 언덕 너머로 빌딩이 보인다. 지진이 심하기 때문에 고층이 없고 최고층 건물은 49층이라고 한다.

자꾸1854년 인디언의 땅을 사고자 하는 미국정부를 향하여 인디언 최후의 추장 시애틀이 피어스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가 생각난다. "우리는 모두 형제다"라는 절규는 인디언이나 백인이 형제라는 의미를 넘어서 이 세상 모든 자연과 인류는 모두 형제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하면 개척이 다가 아니라 조화와 화합이 삶의 원리라는 의미일 것이다. 인간이 자연을 개척하고 지배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결국 인간은 자연의 지배를 받아야만 한다.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이 지진의 폐해를 극복하면서 시애틀의 말을 이해했는지는 모를 일이다. 금문교 아래에서 한 바퀴 돌아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 온다.


베이 크루즈 선착장-우리가 타고갈 크루즈

착장에서


◆금문교(Golden Gate Bridge)의 개요

미국내 인기도시 베스트 10중에 상위를 계속 차지하고 있는 도시가 바로 샌프란시스코이다. 항구도시로서 많은 민족과 문화를 흡수해온 샌프란시스코는 서해연안의 햇살이 잘 비치는 도시로 미국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모든 분위기가 서로 중복되어 있다. 길이가 1.3마일, 샌프란시스코와 머린카운티를 잇는다. 빛깔은 벽돌색이 가까운 적색이며, 1년에 한번씩 페인트를 하는데 전체를 칠하는데 12개월이 걸린다하니 1년내내 칠하는 셈이다


금문교는 1800년대에 건설한 다리인데 두 차례 지진에도 끄떡도 없었다고 한다. 함께 가는 어떤 여행객이 별것 아니라고 가이드에게 대들었다. 사실 인천대교나, 남해대교 나아가서 거가대교와 비교하면 별 것 아니다. 그러나 그 건설한 시대를 생각한다면 의미가 깊은 것이다. 그래서 세계적인 관광지가 된 것이 아닐까? 거가대교가 인천대교가 더 크고 웅장하지만 세계 여러나라 사람들이 관광을 오는 것은 아니다. 석굴암이 아주 작아도 세계의 명승지가 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배를 타고 금문교를 돌아오면서 감옥이었던 섬을 보았다. 이 섬은 영화로도 나왔던 알카트라즈섬인데 연방 정부의 감옥으로 쓰였었다고 한다. 연방 정부에서 지정한 흉악법들이 수용되었다고 하는데 이 섬에 한 번 들어가면 두번 다시 나올 수 없었다고 한다. 수온이 차고 흐름이 빠르기 때문에 누구도 헤엄쳐서 탈출할 수 없었다고 하니 정말로 대단한 강력범들이 수용되었던 모양이다. 그야말로 지옥의 섬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강력범 뿐만 아니라 교도관들도 함께 이 섬에서 생활했다고 하니 누가 수용되고 누가 교도관인지 모를 지경이 아니겠는가? 1964년까지 감옥으로 쓰이다가 지금은 관광지가 되었다고 한다.


감옥이던 알카트라즈 섬


다시 버스를 타고 금문교 기념 공원이랄까 하는 곳에 갔는데 다리 건설 과정에 대하여 자세히 기록해 놓았으나 그림만 보았다. 글을 다 읽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국내 관광지에서도 설명을 읽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할 만했다. 세계적으로 현수교의 표본이 된다고 봐야 하는데 그 상판을 당기는 줄이 약 27000개 정도의 철선을 모아 만들었다고 한다, 그 일부를 전시해 놓았다. 명품은 그렇게 태어나는 것이다. 공원은 비교적 깔끔하고 예쁘게 관리되어 있다. 사람들이 깨끗하게 사용하고 시정부에서도 세계적인 관광지임을 고려하여 제대로 정비해 놓은 것 같다.

사진을 몇 장 찍고 다리 위를 걸었다. 바람이 차다. 바람에 옷자락이 날아가고 걷기가 불편했다. 걸어서 건너보고 싶지만 시간에 쫓긴다. 아내는 다리가 아프다고 하고 사실 시간에 쫓기기도 한다. 그래서 여행은 혼자서 하든지 배낭을 짊어지고 와야 한다. 이 다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뛰어 내렸다고 한다. 금문교에 석양이 비치면 그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서 거기에 취해 견딜 수 없었다고 한다. 이 다리를 끝가지 건너가면 나도 그런 생각이 들가 의심스럽기도 했지만 그럴 이유는 없었다.

화장실에 들렀다. 화장실이 아주 깨끗하다. 사람들이 깨끗하게 사용하기도 하고 관리도 깨끗하게 하고 있으며 휴지나 비누도 충분하다. 공원에서 잠깐 머물다가 차에 올랐다.



금문교 건설 개요석

금문교를 배경으로

저녁 식사는 한국인이 경영하는 한일관이란 식당에서 먹었다. 불고기, 오징어볶음, 된장찌개가 주요 차림이다.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나는 불고기보다 오징어 볶음이 좋았다. 기내식으로 먹은 쇠고기나 점심에 먹은 햄버거의 느끼함이 다 가실 수 있을 만큼 매콤하고 개운했다. 한국인들이 경영하는 식당인가 보다. 결국 해외 나와서도 한국인에게 돈을 지불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더 편안한 것은 국수주의라고 지탄받아야 할까?


CROWNE PLAZA HOTEL

호텔의 정원

 

CROWNE PLAZA 호텔에 들었다가이드 말에 의하면 모텔만 못하다고 화내지 말라 했는데 그런 수준은 아니다. 깨끗하고 웅장하다. 방도 따뜻하다따뜻한 물이 콸콸 나오고 밤새 히터를 켜 준다. 무엇보다 그간 일곱 끼를 먹기만 하고 내 놓지를 못했는데 한방에 깨끗이 해결하고 따뜻한 물로 목욕하고 누우니 부러울 게 없다. 노트북컴퓨터를 펼쳐 놓고 오늘의 여행기를 몇 자 적는다. 동서 내외 방을 찾아가서 차 한잔을 마시고 눕는다. 좋다. 내일을 위하여 일찍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