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센터 선생님 - 267일
2014. 1. 3. (금요일)
문화센터 선생님과 헤어져 표정놀이 했어요 --267일째
<규연이의 일기>
오늘은 문화센터 가는 날이예요. 엄마랑 차를 타고 문화센터에 갔어요. 친구들이 많아서 좋기는 한데 모두 형아들이라 함께 놀기가 어려워요. 왜 형아들만 있냐구요? 얼마 전에 또래들 있는 방에서 형아들이 있는 방으로 쫓겨났어요. 우리 또래들이랑은 더 이상 배울게 없대요. 엄마는 내가 월반했다고 아빠나 할머니한테 자랑하듯이 말했어요. 저도 그게 뭔지 모르는데 엄마가 좋아하고 할머니가 좋아하니 그냥 좋은 거로구나 하고 있었지요. 아무튼 그래서 혼자서 이곳저곳으로 기어다니면서 기웃거리다가 혼자 멍하니 앉아 있다가 했지요. 형아들하고 얘기를 나눌 수도 없잖아요. 저는 소리만 내면 그냥 "에에에---에' 이렇게 되니가요. 그래도 엄마는 다 알아 들어요.
한참을 혼자 놀고 있으니 예쁜 선생님이 왔어요. 실에다 장난감을 꾀는 것을 배우는데 잘 안되네요. 어른들은 손가락을 마음대로 쓰는데 나는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잘 집어지지 않으니까 어려워요. 그래도 튀밥을 집어 먹을 정도는 되니까 할 수는 있지요. 다른 형아들은 바보같이 엄마가 다 해주는데 우리 엄마는 방법만 가르쳐 주고 답답하지도 앉은지 보고만 있어요. 나는 서두르지 않고 하나하나 집어서 꿰어 봤어요. 조심스럽게 천천히 하면 다 잘 돼요. 그런데 다른 엄마들은 무슨 경쟁이라도 하는지 바보처럼 먼저 꿰어서 자랑하네요. 그로 보면 우리 엄마가 제일 훌륭하지요. 형아들이 먼저 했어도 순수하게 혼자한 건 나 혼자예요. 엄마는 꼴찌를 한 내게도 "우리 규연이 잘했어요. 제일 훌륭해요."하고 칭찬해 주었어요.
선생님은 참 예뻐요. 나는 문화센터 선생님이랑 같이 있는 시간이 참 좋아요. 그래서 선생님 얼굴만 바라보고 있지요. 할아버지는 그런 나를 보고 수업 태도가 아주 좋다고 하네요. 우리 엄마도 선생님인데 어린이집 선생님은 아니고 고등학교 언니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네요. 내가 아직 어려서 학교에 못나가고 있으니 내가 얼른 커야겠어요. 나는 선생님 바라보고 있는 시간이 이렇게 좋은데 누나들은 선생님인 우리 엄마가 얼마나 보고 싶을까?
선생님과 헤어지지 섭섭하지만 어쩔 수 없이 헤어져 집에 돌아왔어요. 옷을 갈아 입고 홈러닝에 올라가는 연습을 다시 했어요. 이제는 연습할 것도 없이 얼마든지 올라가서 한 발로 서 있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엄마 앞에서 표정 놀이를 했어요. 재미있는 하루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