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보 이방주 2013. 12. 5. 09:12

2013. 12. 5

 

화장실을 둘러보는 규연이 - 238일째

 

238일을 맞는 규연이가 화장실을 궁금해 한다. 언젠가 화장실 문을 열고 한참이나 들여다보다가 들어갈려고 하는 것을 못하게 한 적이 있는데 오늘 또 궁금해 한다.

엄마는 화장실을 깨끗이 닦아놓은 다음 제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두어 보았다. 살금살금 기어가서 거실 쪽을 한 번 돌아보더니 화장실로 기어들어갔다. 바닥이 딱딱하고 여러가지 부딪힐만한 위험요소가 산재되어 있지만 짘켜보기로 한다.

규연이는 안으로 깊이 들어갔다. 딱딱한 바닥 때문에 무릎이 아플 텐데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것쯤을 문제가 아니라는 표정이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 엄마는 숨어서 지켜본다. 규연이가 무언가 짚고 일어서다가 넘어지는 날에는 큰일이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이쯤해서 아기를 안아올 것이다. 그런데 규연 엄마는 지켜 보기만 한다. 다행이 규연이가 화장실 여러가지 구조물에 집중하고 있어서 엄마가 가까이 있는 것을 모른다.

처음에 세면대 배수파이프를 유심히 바라보면서 경계한다. 빛에 유난히 반짝이는 스테인레스스틸이 신기한 모양이다. 아무런 위험요소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손을 대 본다. 하나하나 차례로 손으로 만져보고 흔들어 보지만 요동도 없다. 그때 엄마가 와 있는 것을 감지했는지 엄마쪽을 바라본다. 일어서면 큰일이다. 세면대에 머리를 부딪치거나 뒤로 넘어지는 날에는 정말 큰일이다. 이 때 엄마의 기다림과 참을성이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다. 돌아서면서

 "괜찮아 엄마  이곳으로 물이 흘러가는 거야?"하고 묻는 표정이다. 자못 진지하다.

 

다시 변기로 간다. 항상 정갈하게 닦아 놓았기에 염려는 없다. 이건 뭐지? 의자 같기도 하고 만져본다. 절대로 입으로 가져가지 않는다. 뚜껑을 연다 해도 절대 손으로 물을 휘젓지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 조심성이 있다. 열리지 않는 뚜껑을 잡고짜증을 내지 않는다. 이거을 열어 달라고 엄마에게 칭얼댈 수도 있을 텐데 거기서 멈춘다. 참고 기다릴 줄 안다. 언젠가는 거기 앉아서 일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안 것일까?

 

엄마를 돌아본다.

"잘했다. 규연아."

엄마는 안심한다. 오늘의 규연이의 험난한 탐험은 그렇게 무사히 마무리 되었다. 머리 속에 얼마나 큰 체험의 큰 줄이 그어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