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내리는 날 - 221일
2013. 11. 18.
첫눈 내리는 날 - 규연이 221일째
새벽에 일어나니 밖에 눈이 쌓였다. 6시에 아침 운동을 하려고 밖으로 나갔다. 눈은 계속 내리고 있었다. 구룡산에 올라갔다. 어둠 속에서도 온 천지가 하얗다. 우리 손자 규연이도 첫눈을 알아볼까? 아들이 생애 첫눈을 맞았던 기억은 없다. 그런데 첫돌을 지내고 말을 배우면서 첫눈이 오는 밖을 내다보면서 "꼼쥐, 꼼쥐"하고 소리쳤던 기억이 난다. '꼼쥐'는 아기들이 떼를 쓸면 겁을 주어 달래기 위해서 어른들이 "꼼쥐 온다. 꼼쥐가 잡아 간다. "하고 겁을 주던 말이다.
과연 꼼쥐는 어떻게 생겼을까? 얼마나 무섭게 생겼길래 엄마도 아빠도 그렇게 두려워할까? 이렇게 궁금증을 가졌던 아가가 생전 처음 보는 눈을 보면 "저것이 꼼쥐구나" 했던 모양이다. 그때 어린 리 아들은 눈이 얼마나 두려웠을까? 어린날 잘못 심어준 눈에 대한 이미지이다. 아기들에게 정말 눈을 잘 가르쳐야 한다.
우리 며느리와 내게 잘못 배운 우리 아들은 제 자식인 내 손자 규연이에게 눈을 어떻게 가르칠까 궁금하다. 요즘 엄마 아빠들은 우리가 염려하는 것보다 훨씬 슬기롭게 아이들을 가르치친다. 나는 그걸 믿는다.
아침 식사를 하고 막 신문을 펼쳤는데 미영이가 스마트폰으로 규연이 사진을 보냈다. 우리 아기 규연이가 첫눈을 맞이하는 모습이 정말 감동이다. 우리 며느리 미영이는 이렇게 '엄마의 아기 기르는 법'을 터득하고 있구나. 고맙고 감탄했다.
1. 첫눈 바라보기
사진은 14층에서 창문을 내다보면 첫눈을 대하는 우리 손자 규연이 모습이다. 사진만 봐도 설명이 필요없다. 눈을 보며 나름대로 관찰하는 모습이다. 눈을 보고- 하늘을 보고- 땅을 보고 -계속 관찰하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이렇게 진지한 아기의 얼굴을 본적이 없다. 그러나 바로 이렇게 다른 일이 신기하다.
2. 첫눈 체험하기
저녁에 아들이 퇴근했는지 아기 엄마에게서 규연이 사진이 또 날아왔다. 이번에는 눈에 대한 체험 학습을 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세상에 나와 처음 대하는 눈을 아기에게 이렇게 친근해지도록 가르친다. 지혜로운 규연이 부모에게 감동한다. 규연이는 처음에 눈이 두렵다. 호기심은 일어나지만 눈에 접근하지 못하고 눈으로만 본다. 그러나 엄마 아빠가 만져 보여 주는 것을 보고 접근한다. 엄아 아빠가 아무렇지도 않은 것을 보고 자기도 만져 본다. 눈을 손으로 집어다가 세심하게 관찰한다. 두손으로 조심스럽게 받쳐들고 관찰하는 모습을 보면 아기라고 해서 아무 생각도 없다는 잘못된 판단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나도 이걸 보면서 후회한다. 때로 규연이를 안아 주면서 이 아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깊은 생각을 한다. 관찰만 하고 입으로 가져 가지는 않는다. 엄마 아빠가 입으로 가져 가지 않아서일까? 손이 차가와서 입으로 가져갈 것이 아니라고 판단해서일까? 아기들은 대개 입으로 감각하여 사물을 판단하려 하는데 규연이는 그런 과정이 없이 촉각과 시각으로만 판단한다. 엄아 아빠가 눈사람을 만들어 보여 주니 이제 눈은 안심하고 만질 수도 있고 재미있는 놀잇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나 보다. 눈은 친근한 존재 아름다운 추억이 되는 것이라고 판단했을까? 눈을 과학적인 안목으로 바라보았을까, 감성적인 사고로 아름다운 자연이라 생각했을까? 엄마 아빠가 둘다 문과이니 그렇게 보았을까? 나중에 물어보면 대답해 줄까?
오늘 아침 나도 어린 시절이 되어 눈을 바라보게 된다. 놀랍다. 아기들의 관찰과 사색하는 모습이---
첫눈 내리는 날 우리 손자 규연이는 이렇게 훌륭하고 소중한 제험으로 하루를 보냈다. 나는 집에 가서 보지 않고도 부지런한 며느리 덕에 이렇게 커가는 손자의 모습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