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생활과 일상/할아버지가 쓰는 규연이의 성장 일기
눈을 부릅뜨고 세상을 본다-5일
느림보 이방주
2013. 4. 16. 17:00
눈을 부릅뜨고 세상을 본다. - 5일
5일째 되는 날 아침, 며느리로부터 사진이 전송되었다. 아가가 어느새 눈을 부릅뜨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너무 일찍 세상을 직시하는것 같아 가슴이 뜨끔하다. 다만 며칠 만이라도 태어나기 전과 같은 세계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세상은 모태처럼 그렇게 안온한 곳이 아니다. 가만히 들여다 보니 얼굴에 아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언뜻언뜻 내가 드러난다.
창이 열리자마자
사진으로 아가를 본다.
너를 통해
너의 아빠를 보고
너를 통해 나를 본다.
아, 그렇구나.
다 이루었구나.
나는 갑자기 덜미가 가벼워졌다. 훌훌 짐을 벗은 기분이 되었다. 아니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것 같았다. 그렇다. 다 이루었다. 시든 꽃을 떨구고 새로운 색깔로 꽃을 피워야 한다. 이제는 지난날을 돌아볼 까닭이 없을 것만 같다. 이제 내 삶에 무엇이 더 남아 있으랴. 여기에 새싹을 심어 가꾸어야 한다. 새로운 행복의 시작이다. 인생의 이모작을 시작하는 것이다.
(2013. 4.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