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보 이방주 2012. 10. 13. 14:16

2012년 10. 13.

 

남원과 순창에 걸쳐 있는 책여산 산행을 가는 날이다. 호남고속도로를 달리는데 미영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기가 아들이란다. 나는 그저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아들이라서 며느리가 더 좋아하겠고 사돈은 더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처음이니까 아들을 낳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나는 아들이건 딸이건 한 생명이 탄생된다는 신비로움이 취해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행복감에 젖어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내가 드디어 이 세상에서 3세와 만나게 된다는 경이로움에 젖어 있었다. 나의 3세가 아들이건 딸이건 그건 문제될 게 없는 것이다. 병원에서 태아의 성별을 성급하게 알아본 모양이다. 이제는 병원에서 때가 되면 미리 다 알려 준다고 한다. 나는 이효정 선생님의 차를 타고 가기 때문에 전화를 받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차안에 다른 사람들이 있기도 해서 나는 그저 덤덤하게 전화를 받았다. 미영이가 들으면 마치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듯이 덤덤하게 "그래? 축하해. 잘 됐네." 하는 정도였다. 그리고 차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했다. 그것이 숨기고 싶은 이유는 참 많았다. 우선 그렇게 신비롭고 신성한 일을 미리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또 아들이라는 것은 적어도 세이레 정도는 비밀로 해야 그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는 옛날의 속설을 믿고 싶었다.

 

미영이는 매우 의외라는 듯이 전화를 끊었다. 섭섭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혜로운 우리 며느리가 내 깊은 뜻을 알아 줄 것이라고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