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답사/등산과 여행

무작정 떠난 여행 - 10. 남이를 잊어버린 남이섬

느림보 이방주 2013. 8. 12. 06:27

2013년 8월 1일

 

남이를 잊어버린 남이섬

 

김유정 문학관에서 남이섬은 꽤 멀다. 남이섬 입구는 완전히 난장판이다. 자동차들이 몰려들고 입구의 식당에서 호객 행위는 도를 넘었다. 순진한 나는 처음 어떤 노인이 교통정리하는 것처럼 붉은 봉으로 가리키는 곳을 향해 들어갔더니 거기는 식당 주차장이었다. 바로 돌아 나와서 남이섬 주차장으로 가니 벌써 만차가 되었다. 할 수 없이 돌아 나와 어느 식당 주차장에 주차으로 들어갔다. 갰더니 점심 계약금을 5000원 내란다. 점심은 먹어야겠기게 그렇게 하겠노라고 하고 간신히 주차할 수 있었다.

 

아내가 표를 사왔다. 1인당 10,000원이었다.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서로 배를 타려고 난리를 피웠다. 아수라장이다. 평일에도 이런데 주말이나 휴일에는 어떨 것인가? 기대를 걸고 배를 타고 들어갔다. 좁은 섬 안은 이미 터질 정도로 사람이 북적인다. 얼른 튀어 나오고 싶었다. TV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한적한 거리를 연인이 손을 잡고 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여유있게 하이킹할 만한 곳은 아니었다. 환경이 그런게 아니라 사람이 너무 많다. 그래도 우리 내외는 메타스퀘어가 늘어선 산책로를 걸었다. 나도 그 많은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니까. 사람들에게 부딪치지 않으려면 아주 조심스럽게 걸어야 했다.

 

그런데 한적하고 조용한 곳이 한 군데 있었다. 전혀 사람이 찾지 않는 곳, 쓰레기도 발자국도 남지 않은 곳, 거기는 남이 장군 묘소였다.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고 참아 참배하기는 커녕 아무도 묘소는 쳐다보지 않았다. 섬의 주인은 사람들이 이미 잊어 버린 것이다. 이럴 때 편안하려면 그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이다. 아내와 냉커피를 사들고 젊은이들처럼 걸으면서 마셨다. 좋다. 나도 그들 중의 한 사람이 되어 버린 것이다. 나도 남이를 모른다. 나도 그를 잊었다. 남이와 남이 섬은 아무 관계가 없다. 남이 섬은  영화나 드라마와만 관계가 깊다. 그제야 나무도 보이고 놀이감도 보이고 구조물도 보였다. 어떤 어린이가 제일 영리하고 어떤 처녀가 성형을 했을까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땀을 흘리며 한 바퀴 도는데 거의 한 시간 이상 걸린 것 같다. 이제 돌아가고 싶었다. 나무 그늘에 앉아 아내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배터에 오니 나가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그런데 우리가 차를 맡긴 식당에 오니까 사람들이 이미 꽉 들어 찼다. 춘천의 명물 닭갈비와 막국수로 점심을 먹었다. 맛도 좋고 친절하다. 언제 다시 오면 한적한 우리만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차를 돌려 나오며 섬을 한 번 돌아 보았다. 남이을 잊어버린 남이섬 주인은 나미랜드라고 했다.

 

남이 장군의 묘소

산책로에서

남이섬의 인파

해학적인 구조물-남이장군과는 어떤 관계일까

인파가 덜한 곳을 찾아 보았다.

 

남이섬을 끝으로 이번 무작정 떠난 여행을 마무리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고속도로가 엄청나게 정체된다. 춘천에서 원주로 원주에서 국도로 오지 않은 것이 후회되었다. 집에 돌아와 청소하고 목욕하고 누우니 집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