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산 영평사 구절초꽃 축제
장군산 영평사 구절초꽃 축제
2012년 10월 14일,
아내와 함께 세종시 장기면에 있는 영평사 구절초꽃 축제에 다녀왔다. 영평사 구절초 축제는 해마다 이맘 때쯤 하는 걸 알고 있으면서 가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었으나 다른 일로 시기를 놓쳐 가지 못했다. 올해는 기어이 가기로 마음 먹고 있었다. 그래서 전날 등산의 피로를 물리치고 기어이 다녀왔다. 사람들이 많이 모일 것을 예상하여 집에서 9시쯤 일찍 출발했다. 영평사에서 11시 30분부터 국수 공양을 한다 하므로 사람들이 다 그 시간에 맞추어 올 것에 대비하여 우리는 10시 이전에 도착하기로 한 것이다.
영평사에 도착하니 너른 주차장이 이미 가득 차 있었다. 일주문 근처로 가라 하기에 가 보니 여유가 좀 있었다. 그러나 주차를 하고 내려오는 동안 이미 주차장이 꽉 차 버렸다. 우리는 여유있게 천천히 걸어서 일주문을 통과했다. 입구부터 구절초 꽃이 만개하여 장관을 이루었다. 음식을 파는 노점상들이 일주문 근방은 물론 일주문 안에서도 공주 밤막걸리를 팔았다. 그러나 부처님은 구절초 향에 취해서 밤막걸리에 관심을 두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또 자비로운 마음으로 용서하실 것이라고 믿었다.
일주문에 들어서자 구절초향이 밀려왔다. 향이 짙어 온몸에 향이 밸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내는 향에 취해 절을 향해서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일주문에서 바라보이는 장군산의 한 줄기가 온통 구절초꽃으로 하얗게 뒤덮여 있었다.
대웅보전 풍경과 활짝 피어난 구절초꽃
개요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마곡사 말사로서 6동의 문화재급 전통건물과 3동의 토굴을 갖춘 대한민국전통사찰 제78호의 수행도량이다.
위치
영평사는 역사와 문화의 도시 세종특별자치시 장기면 산학리 장군산 해뜨는 마을 동쪽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경부고속도로 청주IC에서 30분 대전당진고속도로 동공주IC에서 10분 호남고속도로 유성IC에서 20분 거리에 있다. 청주에서는 조치원을 통과하는 방법도 있고, 미평동-척산리-부강-세종시를 통과하여 영평사에 이르는 방법이 있다.
자연환경
산은 작지만 풍수적으로는 금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역룡(逆龍)이라 하여 기운이 세찬 명당이라 불린다. 장군산!(將軍山) 국토의 7할이 산인 우리나라, 산봉우리 이름이 장군봉인 산은 많다. 그러나 장군산은 아직 듣지 못했다.영평사는 아직도 반딧불과 가재 다슬기가 사는 청정한 물과 공기를 간직한 조용하고 아늑하며 청정한 수행도량이라고 한다. 봄에는 매발톱꽃, 할미꽃이요 여름에는 백련이며 가을에는 구절초 꽃 등 온갖 들꽃들이 앞 다투어 반기는 꽃 대궐이기도 하다.
절 이름
유사 이래 인류가 추구해온 것은 행복이며 세계속의 모든 종교와 과학이 지향해온 바 역시 인류행복과 세계평화 라는 명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역사 속에서 명멸해간 많은 성현들이 그 생애를 헌신한 것 역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 산승은 이 행복과 평화에 대하여 가장 큰 고민을 하신 분이 바로 석가세존이시며, 이를 가장 완벽하게 해결하고 일체중생을 그 세계로 이끌어 주신 분도 부처님이라고 믿는다. 일대사인연 즉 중생 생사윤회의 큰 고통을 해결해 주신일도 그렇거니와 모든 성인 가운데 인류의 행복은 물론 사생(四生: 태로 태어나는 것, 알로 태어나는 것, 습기로 태어나는 것, 변화로 태어나는 것), 6범4성<六凡四聖:지옥계 아귀계 축생계 인간계 아수라계 천상계 성문계 연각계 보살계 불계>의 가치를 평등히 보시고 일체중생을 다 함께 최고의 행복으로 인도하시고자 한 분은 부처님 한 분 뿐이다. 따라서 절이라는 곳은 이 위대한 스승 무연의 대자비로 일체중생을 어루만져주시는 자비도사께서 상주하시면서 중생을 제도하시는 도량이므로 영원하고 궁극적인 행복이라는 의미가 담긴 영평사라고 이름 했다. 또한 도량에서 추구해야 할 일이 바로 중생행복 세계평화라고 믿기에 이 도량에서 상주하는 대중은 물론 한 번 무심코 다녀가거나 절 이름을 듣거나 생각만 해도 불멸의 행복을 얻으소서, 그리고 이 도량에 사는 미물은 물론 도량 위 공중을 지나간 날짐승조차도 평안을 얻는 도량을 만들겠다는 서원을 담아 영평사라 명명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마곡사 말사로서 6동의 문화재급 전통건물과 3동의 토굴을 갖춘 대한민국전통사찰 제78호의 수행도량이다.
영평사에 피는 꽃
봄 : 진달래 철쭉 금낭화 하늘매발톱 할미꽃 제비꽃 창포 꽃 파랭이 꽃 등
여름 : 옥잠화 수국 나리꽃 등 이런저런 야생화와 6월중순부터 8월중순까지 백련
가을 : 선모화(우리 토종 대표 야생화 구절초 꽃)
영평사 일주문-노점상과 차량이 얽혀 있다.
일주문을 지나 대웅전 큰 마당으로 올라가는 돌계단에 이르자 무질서하게 세워 놓은 승용차는 없었다. 하긴 차가 더 이상 올라갈 수 없었다. 계단 주변에는 사진 작가들이 진을 치고 있다. 꽃과 소나무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사진에 문외한이기 때문에 그 분들 옆에서 어떻게 구도를 잡는지 곁눈질을 해가면서 몇 장을 찍었다. 아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웅전으로 향한다. 꽃 향기는 여전하다. 계단에 올라서자 대웅보전과 미륵부처님 설선당 등 절집의 안정된 배치가 눈에 들어온다. 마당이 아주 넓다. 마당에는 무대가 있고 천막이 쳐져 있다. 오후에 전통 음악과 춤사위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어울리지 않는 것은 이런 자연의 꽃 대궐에 들여놓은 속세의 화환들이었다. 각 단체에서 인사치레로 가져온 화환이 대웅전에는 올라가지 못하고 마당에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대웅전 마당에서 이런 화두를 꺼냈다. 이 뭐꼬? 이것이 무엇인가? 꽃은 무엇이고 부처는 무엇인가? 부처가 꽃이고 꽃이 부처가 아닐까? 부처님은 대웅전에 앉아 계셨다. 아내를 따라 삼배를 올렸다. 아내는 몇삼배를 올리는지 헤아릴 수 없다. 나는 며느리가 품고 있는 손자의 안녕을 빌었다. 착하고 영리한 며느리의 영혼이 손자에게도 그대로 이어지길 빌었다. 딸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를 빌고 또 빌었다. 아내는 무엇을 빌었을까? 무엇을 빌었기에 무수히 삼배를 했을까? 대웅전을 나왔다. 부처님은 그대로 내 가슴을 떠나지 않았다. 미륵불 앞에서 발원초에 불을 밝혔다. 우리 내외의 발원은 하나이다. 아이들 이름을 적어 넣었다. 이름만 적어 넣어도 그냥 그것이 발원이다.
대웅전 큰 마당으로 올라 가는 돌계단
대웅전으로 오르는 돌계단 주변의 꽃무리들
구절초는
넓은잎구절초·구일초(九日草)·선모초(仙母草)·들국화·고뽕[苦蓬]이라고도 한다. 산기슭 풀밭에서 자란다. 높이 50cm 정도로 땅속줄기가 옆으로 길게 벋으면서 번식한다. 모양이 산구절초와 비슷하며 뿌리에 달린 잎과 밑부분의 잎은 1회깃꼴로 갈라진다. 잎은 달걀 모양으로 밑부분이 편평하거나 심장 모양이며 윗부분 가장자리는 날개처럼 갈라진다. 한국·일본·중국·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한다.
9∼11월에 줄기 끝에 지름이 4∼6cm의 연한 홍색 또는 흰색 두상화가 한 송이씩 핀다. 총포조각은 긴 타원형으로 갈색이다. 열매는 수과로 씨는 10월에 익는다. 꽃을 술에 담가 먹는다. 모양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재배한다.
또한 구절초 효능으로는 속을 따뜻하게 해주어 기 순환을 돕고 장기관의 운동을 도와서 소화를 돕는데 특히 여성 질환과 신경통 등에 탁월한 효능이 있으며 월경불순, 자궁냉증, 불임증 등에 특히 효과적이다. 여성의 자궁이 허약하고 차서 생기는 생리불순, 생리통, 불임증 등에 효과가 있다.
생약 구절초는 줄기와 잎을 말린 것이며, 한방과 민간에서는 꽃이 달린 풀 전체를 치풍·부인병·위장병에 처방한다. 유사종인 산구절초·바위구절초 등도 약재로 쓴다. 이렇듯 흔히 구절초는 부인과 병에 주로 사용을 하는데 남성이 오래 복용하면 양기가 줄어든다고 알려져 있으며, 민간에서는 환약 또는 엿을 고아 장기 복용하면 임신이 잘 된다고 알려져 있다.
구절초 꽃말은 음력 오월 단오에는 줄기가 다섯 마디였던 것이 음력 구월 구일이 되면 아홉 마디가 된다하여 구절초라 한다고 한다. 전설에 의하여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을 의미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 고향집 뒤에 우렁봉이라는 산이 있었다. 멀리서 보면 우렁이가 땅에 머리를 대고 거꾸로 서 있는 것처럼 불룩한 봉우리이기에 붙인 이름으로 생각했다. 그 봉우리에 구절초가 많았다. 우렁봉으로 가끔 어머니와 구절초를 캐러 갔다. 어머니 말씀은 꽃이 피기 바로 전에 캐야 약이 된다고 하셨다. 어머니는 구절초를 짚으로 엮어 그늘에 말렸다. 겨울이 되면 구절초를 물에 헹구어 가마솥에 삶아 약물을 우려내셔서 수수쌀, 호박, 쌀 같은 것을 넣고 엿을 고았다. 나는 장작을 충분히 패서 어머니가 불을 지피는 일을 도왔다. 엿을 고는 냄새는 동네에 하나 가득 퍼졌다. 쌉쌀하면서도 달콤한 냄새가 저절로 침이 생겼다. 엿이 말랑말랑해지면 인절미 크기로 떼어서 콩가루를 묻혀 먹기 좋게 만들었다. 나는 곁에서 그것 한 점은 얻어 먹고 싶었지만 '사내들에게는 해롭다. 누나들 약으로 쓸 것이다.'라면서 흡족하게 주지 않았다. 그러나 가끔 얻어 먹은 쌉쌀하면서도 기막히게 넘어가던 구절초엿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셋째 누나는 구절초 엿을 먹고 시집가서 4년을 기다린 끝에 딸을 낳았다. 이로써 어머니의 걱정이 크게 덜어진 것이다. 그 후 누나는 아들딸 섞어서 3남매를 두었다. 다른 누나들도 모두 구절초엿을 나누어 먹고 몸이 따뜻해졌다고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20대 후반에 이유없이 자꾸 기침이 났는데 어머니가 늙은 호박을 넣은 구절초엿을 달여 주셔서 먹었다. 그후 기침이 그쳤다. 구절초꽃의 꽃말이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희고 청초한 구절초꽃
사진 작가를 따라서 찍어본 그림
대웅전 마당에서
우리 내외는 미륵전을 떠나 대웅전 뒤로 난 오솔길을 돌아 뒷산으로 올라갔다. 산은 온통 구절초꽃의 천지이다. 향기가 온몸에 밴다. 멀리 세종시 아파트가 보였다. 절에서 하는 것인지 몰라도 아주머니들이 꽃을 따고 있었다. 아마도 구절초꽃차를 만들려나 보다. 사람들은 절에 들르지 않고 바로 산으로 올라와 사진을 찍기도 하고 꽃의 아름다움을 즐기기도 한다. 꽃이 있는 곳의 이곳저곳에 길이 나 있다. 길이 난 곳은 꽃이 밟혀 죽어가는 곳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가족끼리 아이들을 데리고 왔거나 연인끼리 온 사람들이라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 정상까지 굽이 길을 올라갔다. 멀리 산과 골짜구니가 다 보였다. 아직도 축제를 구경하기 위해 들어 오는 손님들의 차가 계속 들어 오고 있었다. 일찍 오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정상에서 내려오니 공양간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섰다. 국수공양이 시작된 모양이다. 사람들이 서 있는 줄이 얼른 보아도 200~300m는 되는 것 같다. 줄을 설까 하다가 줄이 너무 길어 그만두었다. 그대신 구절초꽃차를 시음했다. 향기가 국화차보다 엷고 맛은 더 깊었다. 거푸 다섯 잔을 마셨다. 돌아 나오는 길에 보지 못한 언덕에 가서 사진을 찍고 꽃을 더 감상했다. 자꾸 뒤가 돌아보이는데 시간이 지나면 나오기가 더 어려워질 것 같아 출발하기로 했다. 내년에 다시 한번 오기를 기약하면서-------.
소나무와 구절초꽃이 어우러진 언덕에서
활짝 피어 산을 뒤덮은 구절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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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초꽃 축제의 이모저모
나오는 길이 복잡하다. 들어오는 차와 나가는 차, 멀리 차를 놓고 걸어오는 사람들이 무질서하다. 나는 아주 천천히 차를 몰아 큰길까지 나왔다. 오늘의 짧은 여행은 아주 뜻 깊었다. 꽃 향기에 묻힌 부처님께 나를 잊고 아이들과 태어날 아기의 복을 빌었다. 마음이 아주 가볍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버린 것이다. 아주 큰 마음이 된 것처럼 몸이 가볍다. 이제는 버리는 것보다 잊고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