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생활과 일상/에세이의 뜨락

중부매일 <에세이뜨락> 연재를 마치며

느림보 이방주 2012. 1. 19. 13:11

"지면 통한 수필대화 행복했습니다"
본보 '에세이 뜨락' 연재 6人 고별 인터뷰
2012년 01월 18일 (수) 21:06:02 지면보기 6면 김미정 기자 mjkim@jbnews.com

수필은 난(蘭)이요, 학(鶴)이요,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다. 수필은 마음의 산책이다. 수필은 독백이다. 수필가 故 피천득은 수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중부매일은 수필의 향기를 전하기 위해 2008년 1월부터 매주 금요일 '에세이뜨락' 지면을 통해 지금까지 모두 200여편의 창작 수필을 소개해왔다. 수필로 소통해온 '에세이뜨락' 필진 6명과 함께 지난 4년간의 소감, 문학이 가지는 의미와 힘, 새해 소망 등을 들어봤다. / 편집자


"문학은 대화입니다. 시(詩)가 신과의 대화라면 수필은 인간과의 대화입니다. 대화는, 남과의 대화이고 나와의 대화에요. 영혼으로서 대화를 하는 거죠. 중부매일 지면을 통해 '대화'한 4년간 행복했습니다."

'에세이뜨락'은 수필을 뜻하는 '에세이'와 순우리말 '뜨락'을 조합한 말로, 박순철(64·1990년 등단)씨가 지었다. 박씨는 '에뜨락' 지면을 통해 따뜻함을 전하고 싶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2008년 1월4일 에뜨락의 첫 지면도 박씨의 '당신 멋져' 글이 장식했다.

에뜨락 필진들은 청주시내 한 레스토랑을 베이스캠프로 해 매달 만나 함께 글을 쓰고 토론하고 문학을 공부해왔다. 각자 직업도, 나이도 다르고 글쓰는 성향과 개성도 다르지만 문학을 향한 마음은 하나다.

   


'맏언니' 김정자(68·여·2000년 등단·주부)씨의 글은 묵은 간장처럼 성숙한 과거의 향기가 배어있고, 박순철씨의 글은 삶의 여정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녹아있다. 이방주(59·1998년 등단·충북고 교사)씨는 음식문화를 소재로 한 글을 주로 써왔고, 박종희(50·여·2000년 등단·KT 직원)씨는 글 제목이 두 글자인 게 특징이며 일상의 사물에서 의미를 발견한다. 이은희(45·여·2004년 등단·대원 상무이사)씨는 문화, 여행을 주제로 자주 글을 쓰고, 가장 늦게 합류한 임정숙(51·여·2000년 등단·1인1책 펴내기 팀장)씨는 인간관계를 소재로 글을 써왔다.

"금요일중 내 글이 나가는 날에는 문자나 전화 등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오는데 최소한 5명이상은 와요. 에뜨락이 매주 신문에 나오니까 고정독자가 생긴 것 같아요. 수필 한 편의 분량이 보통 원고지 15장인데 에뜨락 글은 12장으로 정해져 있어서 글을 짧게 쓰는 습관이 배었어요."(이방주)

"글을 쓰면서, 글과 사람이 같아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글을 읽었을 때 이 사람은 정말 이렇게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글과 내가 같은 이미지를 갖도록 신경쓰게 되더라구요."(김정자)

지난 4년간 필진들의 수상도 잇따랐고, '맞춤법의 달인' 박종희씨는 에뜨락 필진들의 오탈자와 비문 제로화를 도왔다.

"마감시간에 쫓겨 글을 쓰기도 했지만 덕분에 4년동안 글을 많이 쓴 것 같아요. 회원들이 상을 받으면 우리끼리 감사패를 만들어서 줬었는데 돌아보니 그게 남네요."(박종희)

이들에게 문학은 어떤 의미일까?

"수필은 생활 자체라고 생각해요. 수필을 쓰면서 감정을 얻고 감동을 받고 희망을 얻거든요. 삶이 끝나는 날까지 쓰고 싶어요."(이은희)

"문학은 치유다. 말로 하지 못하는 속내를 표현하고 전달하고 내 스스로를 치유하니까."(박종희)

"문학은 기쁨이다. 자연도 만나고 좋은 사람도 만나면서 행복한 글이 나오기 때문입니다."(김정자)

올해로 등단 22년째를 맞는 박순철씨에게는 '사색'이다. "젊어서 방황을 많이 했는데 문학을 하지 않았다면 엉뚱한 길을 갔을 것 같아요. 마음도 다스리고 좋은 글 읽으면 행복해지고, 속상한 일 있으면 글쓰면서 풀게 돼요."(박순철)

"문학은 탈출구다. 삶이 어수선하고 감정이 복잡할 때 글을 쓰면 마음이 가지런해지고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에요."(임정숙)

새해를 맞아 소망과 계획은 책을 내거나 장르를 넓히는 것.

1인1책 펴내기 팀장인 임정숙씨는 올해 두번째 수필집을 낼 계획이고, 박종희씨는 얼마전 소설이 신춘문예 본선에 올라가 올해는 소설에 도전한다. 이방주씨는 옥천의 산성을 무대로 펼쳐진 백제 성왕과 신라 진흥왕과의 영토싸움을 소설로 써볼 작정이다. 박순철씨는 콩트집을 준비중이며, 김정자씨도 내년께 책 한 권을 엮을 예정이다.

6명의 수필가들이 '에세이뜨락'에서 꽃피운 문학의 향기는 오래 또 멀리 퍼져나갈 것이다. / 김미정

# 그동안 애써주신 6분의 에세이 뜨락 필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