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일기41 -학생회장단을 꿈꾸는 초지
2010년 12월
학생회장단을 꿈꾸는 초지
반장인 초지가 학생회 부회장에 출마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나는 모른 체하고 있었다 . 초지는 학생회장이나 부회장이 안 되었으면 하고 바랐다. 그래서 출마를 포기하도록 얘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초지는 어떤 일을 맡으면 그 일에 미쳐버린다. 오직 하나 그 일만을 위해서 총력을 기울인다. 온갖 힘을 한곳에 쏟아 붓는다.
체육대회 때는 공부를 하면서 틈틈이 체육대회 연습을 해야 하는데 연습에 온통 모든 걸 걸면서 공부는 틈틈이 곁눈질조차 하지 않는다. 축제 때도 그랬고 다른 일에 다 그랬다. 내가 바라는 것은 그냥 블도저로 밀고 가듯이 모든 일을 공평하게 밀고 나가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물론 시험 때가 되면 또 시험 공부에 쏟아 붓는다. 그런데 제 공부에 열중하는 것이 아니라 학급이 다른 학급에 성적이 떨어지면 자기 자존심이 상하는 그런 아가이다. 초지가 임원이 되는 것을 내가 꺼리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초지는 그런 내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부회장으로 출마했다. 공교롭게도 기말시험이 끝나면 바로 선거이다. 나는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겨우 올려놓은 초지의 내신성적이 걱정이다. 선거에 정신이 팔려 시험을 망치면 어쩌나. 그런데 그다지 열중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온 정신을 시험에 쏟아 붓고 있었다.
시험이 끝나자 초지가 바로 찾아 왔다.
" 선생님 저 부회장 나왔어요."
"잘 했어."
"그런데 선생님 어려운 부탁이 있는데요. 저희 연설문 좀 봐 주실 수 있으세요?"
"아니."
나는 단칼에 거절했다.
"정말 안돼요?"
"응"
"왜요?"
"선생님은 선거에 중립이야. 연설문 봐주면 네 선거 운동원이 되는 거야. 나는 과거에도 우리반 아이가 출마하면 절대 중립을 지켰어."
나는 가슴이 찌릿했다. 과거에 우리반에서 선거에 출마하면 연설문을 봐 주고 연설하는 억양과 방법까지 지도했던 일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 정말 부탁인데요. 이번 한번만 봐주시면 안돼요?"
" 응 안돼."
아마도 런닝메이트로 출마한 그룹에서 연설문은 자신이 책임진다고 한 것 같다.
'사랑하는 초지야 너는 부회장이 되면 학교 일을 혼자 걱정하고 다니고 그것 때문에 3학년에서 자신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을 다 팽개치게 될지도 몰라. 나는 너를 말릴 수 없는 것도 안타까운데 도와줄 수는 더욱 없지.'
초지는 얼굴이 불거 눈물을 글썽이며 돌아섰다. 정말 미안하다. 그러나 초지는 뒤끝이 없다. 나를 미워하고 끝까지 원망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런 초지를 믿는다. 초지는 부회장이 되면 그것으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 초지야 제발 떨어져라.
의견 발표장에 가 보았다. 여러 사람 앞에서 초지가 연설이 서툴거나 긴장할 아가는 아니다. 그러나 내가 봐주지 않은 연설문으로 제발 더듬기를 바랐다. 그러나 유창하게 연설을 한다. 어느 선생님이 내게 말한다.
"선생님이 봐 주셨군요. 초지가 연설이 제일 나은데요."
"아녜요. 절대로 아닙니다. 저는 중립입니다."
큰일이다. 이 아이가 당선되면 어쩌나. 저녁에 소식을 들으니 다행이 낙선이란다. 안심이다. 나는 그만 일로 초지가 충격 받을 리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지나는 말로 그까짓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농담처럼 위로의 말을 건넸다.
"초지야 잘됐네. 공부나 열심히 해라."
"네 선생님"
나는 밝고 요즘 아이들 말로 쿨한 초지가 미덥다. 정말 미덥다. 이담에 꼭 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