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 일기 5 -방귀 문답-
4월 일 방귀에 놀라는 아이들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발걸음도 가볍게 소리를 죽여 교실 앞을 지난다. 조용하다. 우리 아가들도 공부 이외의 것을 생각할까? 소녀시대 노래도 듣고, 아이돌을 보면 소릴 지르고, 아이스크림을 보면 환성을 올릴까? 창너머 꽃 송이들 사이로 언듯언듯 보이는 아가들이 안쓰럽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교실에 이상스런 물결이 일어난 듯하다. 술렁인다. 이런 술렁임이 잘못 파도가 되고 해일이 되는 것은 아닐까? 망설이다가가 조용히 문을 열었다. 교실에는 분명 무언가 있다. 고요에 감추어진 작은 동요가 있다. 머리를 책상에 박고 쿡쿡 웃음을 참는 아이들도 있다.
궁금하다. 뭘 먹었나? 저희들끼리만------- 愚子는 속 좁은 할배가 되어 반장인 현자에게 물었다.
"현자! 무슨 일 있어?"
"아무 일도 아녜요."
"그래? 말하고 싶지 않은거로구나!"
"죄송해요. 제가 어쩌다가 방귀를 너무 크게 꾸었어요. 그래서 솔아가 놀랐어요."
愚子는 작은 소리에도 어깨를 들썩하고 놀라는 솔아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웃음이 나왔지만 참았다.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우쳐야 한다. 아주 태연하게 되물었다.
"속이 나빠? 저녁에 구내식당에서 뭐 먹었어? 소화제 좀 줄까?"
"아녜요."
아가들이 까르르 웃는다.
愚子는 뒷걸음 쳐서 솔아에게 갔다.
"많이 놀랐어?"
도리도리하며 생끗 웃는다.
아름다운 꽃밭에는 방귀 소리조차 생명감이 있다. 얼마나 고요했으면 아가 방귀에 놀랄까? 아니 목소리 큰 현자는 방귀 소리도 좀 다를까?
아이들은 다시 고요 속에 빠지고, 愚子는 아가들을 믿고 홀가분하게 주차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