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칼럼> 음식문화 -비빔밥 -화해와 조화의 맛-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올해는 유난히 먹는 문제로 나라 안이 떠들썩하지요? 지난봄에는 미국산 쇠고기 때문에 온 나라가 촛불로 뒤덮였습니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넘어온 멜라민 때문에 전국이 시끄럽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수도 한복판에서 한국 음식 문화 축제가 열렸다고 합니다.
먹는 것이라면 깔끔하고 담백한 맛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일본인들이 아닙니까? 그런 그들이 푸짐하고 걸쭉한 한국의 음식 문화에 대하여 작은 관심이라도 두었을까하는 의문을 가졌다면, 그것은 기우에 불과합니다. 하루에도 만여 명씩 모여들어 우리 음식의 맛과 깊이에 대하여 연일 감탄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음식이 일본인들의 입맛을 황홀하게 하였을까요? 한 번 추측해 보세요. 김치, 한과, 삼겹살, 불고기, 신선로 등 모두가 한국음식문화의 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과자나 떡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한과나 한국의 떡에도 관심을 가졌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축제에서 일본 젊은이들이 가장 관심을 보인 것은 막걸리와 비빔밥이었다고 합니다. 특히 일본 아가씨들이 감동한 것은 우리 비빔밥이라고 합니다. 비빔밥은 그 종류도 다양하지만 그에 따른 맛도 다양합니다.
비빔밥은 지방마다 조금씩 다른 특징과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끈한 유기그릇에 담기는 전주비빔밥, 육회 맛이 일품인 진주비빔밥, 닭고기가 연한 맛을 주는 해주비빔밥과 서민적인 정선의 곤드레밥, 안동의 헛제사밥 등 고장의 독특한 맛과 향을 담고 있습니다. 또 우리 청주지방의 영양이 풍부한 돌솥비빔밥도 유명하지 않습니까?
비빔밥을 먹는 것도 중요한 우리 문화의 일부라면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요.
비빔밥의 기원은 제례의 한 절차인 음복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조상이 흠향한 음식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도 있겠지요.
이렇게 음복하는 것이 비빔밥을 먹는 중요한 의미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저는 ‘화해와 조화’의 뜻을 갖는 것이 더 깊고 미래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빔밥은 쌀밥이든 보리밥이든 금방 지은 밥이든 식은 밥이든 가리지 않습니다. 들어가는 나물도 산채든 야채든 묵나물이든 햇나물이든 제한이 없습니다. 이렇게 갖가지 재료들이 한데 어울려 조화를 이루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이 모여서 하나의 문화를 만드는 것과 흡사하지 않습니까? 조화의 맛은 개성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이루어내는 공동심의가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그런지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공동작업을 통하여 공동으로 생산하면서 슬픔과 기쁨을 나누며 공동의 문화를 이루며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색다른 사람들이 각각 다른 목소리로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좋은 날을 받아 온 나라 사람들이 한데 모여 커다란 양푼에 한꺼번에 비빔밥이라도 만들어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화해와 조화로 화음을 이루어 한 목소리를 내는 옛 문화를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까?
감사합니다.
CBS (FM 91.5 MHZ) <오늘의 충북>(3분 칼럼) 2008. 10. 9(목요일) 오후 5:35 방송
http://blog.naver.com/nrb2005(느림보 이방주의 수필 마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