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답사/우리문화 답사기

제주 신당 답사 4 -신천리 현씨 일월당

느림보 이방주 2025. 7. 15. 09:33

2025. 5. 30.

 

데일리포럼
제주신당 답사 이튿날

오전에 신천리 현씨 일월당을 찾아갔다. 현씨 일월당은 서귀포시 성산읍 신천리에 있다. 우리가 묵은 비욘드 게스트하우스에서 아주 가까운 곳이었다. 언젠가 제주여행을 할 때 지나간 동백꽃으로 유명한 남원 큰엉 해변으로 가는 길과 아주 비슷했다.

현씨 일월당은 여드레당이라고 한다. 제주에는 이레당과 여드레당이 있는데 이레당은 비교적 너그럽고 순한데 비해 여드레당은 심술이 많고 뒤끝이 있어서 섭섭한 일이 있으면 해코지를 한다고 한다.

현씨일원당은 신천리 일대가 현씨 집성촌이었는데 그중 가난한 현씨네 오누이가 있었다고 한다. 누이가 巫病을 앓아 오라비가 어부로 살다가 누이를 위하여 육지로 무당 용품을 사러 갔다. 그러나 오라비는 돌아오는 중에 풍랑을 만나 바다에 목숨을 바쳤다. 살아서 오지 못하고 죽어서 돌아오매 누이도 봉수대에 올라가 떨어져 자살했다고 한다. 마을에서 딱하게 여겨서 두 오누이 신을 섬기기 시작했다. 그 이후 마을에서 두 신을 섬기니 마을 현씨네가 모두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봉수대를 지나 바로 길가에 신당이 있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가이기에 드나들기는 편할 것 같았다. 본당은 돌로 담을 쌓았는데 담 안에 팽나무 10여그루가 있었다. 팽나무를 신목으로 여겨 옷을 입혀놓았다. 치마저고리는 일반인이 입는 옷이 아니라 무녀복으로 보였다. 팽나무만 있고 신당도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돌담 아래에 조금 널직한 돌을 놓고 그 위에 제물을 놓고 치성을 드리는 것 같았다. 나무 숲 속 빈공간이지만 아늑하긴 했다.

중앙에 가장 큰 나무를 神木으로 여기는지 神衣를 입혀 놓았다. 현씨네 일가에서 이 당을 모시고 제사를 지낸다고 하며 주변에 봉수대가 남아 있었다. 봉수대는 보존 상태가 아주 좋았다.

제주에서는 팽나무가 '폭낭'이라는 이름으로 神木으로 대접받고 있었다.

 

 

봉수대